정권 입맛대로 사라지는 학교… 결국 상처받는 건 학생들

정권 입맛대로 사라지는 학교… 결국 상처받는 건 학생들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0-06-26 00:14
수정 2020-06-26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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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언저리 기자의 교육 이야기] ‘평등교육’ 명목 국제중 폐지 갈림길

자사고처럼 가처분 신청 인용 가능성
오락가락 교육정책에 학생들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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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대원국제중 학부모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영훈·대원국제중 폐지 반대를 촉구하며 침묵 집회를 하고 있다.2020. 6. 2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영훈·대원국제중 학부모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영훈·대원국제중 폐지 반대를 촉구하며 침묵 집회를 하고 있다.2020. 6. 2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013년 입시 비리로 다음해부터 100% 추첨입학제로 전환한 영훈국제중을 비롯한 서울의 2개 국제중학교가 폐지의 갈림길에 섰다. 아이들의 학교가 댐공사로 수몰되고, 신입생이 없어 폐교가 되는 것보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생겼다 사라지는 게 훨씬 더 비극적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사립 국제중의 연평균 학비는 1100만원에 달해 부모의 경제력이 의무교육 단계의 우리 학생들을 분리하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의 국제중 폐지는 경기도에 있는 청심국제중과 부산국제중이 재지정을 받으면서 논란을 낳고 있는 데다 국제중이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면 자율형 사립고와 마찬가지로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2~3년 동안 재학생과 학부모들은 극심한 혼란에 시달리다 다음 정권에서 다시 국제중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 그동안 내가 다니는 학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압박감 속에 공부해야만 하는 학생들의 불안은 안중에도 없는 졸속행정이다.

지난 24일 한 시민단체에서 연 국제중 관련 토론회에서는 처음부터 태어나서는 안 될 ‘기형적인 학교’라고 국제중을 정의했다. 2008년 서울 강북에 있는 두 사립중학교가 국제중으로 지정된 것은 당시 이명박 정권과 공정택 교육감, 사학법인이 짬짜미로 무리수를 둔 것이란 게 시민단체의 진단이었다.

결국 국제중 지정 5년 만에 입시 비리로 영훈중 교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학교 법인은 바뀌었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도 국제중의 인기가 높은 배경에는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수업은 대부분 학교에서 교육방송(EBS)의 온라인 강의 링크만 제공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국제중의 온라인수업은 원어민 선생님들의 직강이 제공될 뿐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학습 점검도 꼼꼼하고 체계적이다.

2025년부터 외국어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도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지만 대부분의 자사고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학교 폐지가 정권 마음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게다가 5년 뒤 정권의 교육정책 방향은 어떻게 바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라의 백년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정책이 이처럼 4~5년마다 바뀌는 정치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시 교육감은 국제중 폐지가 통합교육과 평등교육을 위한 환경 조성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학부모들은 하향평준화 교육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 공간 재구조화 등에 5억원, 세계시민교육 사업에 3억원 등 국제중이 지원하면 일반중 전환을 위한 예산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는 국제중 학생들이 한 해 내는 학교당 약 50억원의 학비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적폐 청산이란 명목으로 결국 피해를 당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은 아닐지 교육정책 담당자들은 살펴보고 또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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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2020-06-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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