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관련 논란에 낯선 단어가 등장했다. 상호주의. 연금이란 본래 한 나라 국경 안에서 설계되고 작동하는 사회보장제도다. 그런 제도에 외교 용어인 상호주의가 소환된 이유가 있다. 추후납부(추납)를 통해 외국인이 우리 국민연금에 손쉽게 올라탄다는 풍문이 퍼져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초 “단기거주 외국인의 추납 자격은 모순”이라며 상호주의에 입각한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풍문은 아주 낭설이 아니었다. 국민연금에 딱 한 달 가입한 뒤 119개월치 보험료를 추납하고 만 65세부터 연금 수급 자격을 얻은 국내 거주 중국인 3명이 확인됐다. 9개월 가입 뒤 128개월치를 추납하고 중국으로 돌아가 조기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중국인 사례도 확인됐다. 추납으로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워 국민연금을 받는 외국인은 지난 6월 기준 총 2250명. 2016년 27명에서 10년 새 83배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 새로 접수된 외국인 추납 신청 994건 가운데 약 80%가 중국 동포였다.
문재는 재원이다. 냈던 대로 받는 것이 연금이다. 근로 이력에 따라 국내외 연금기관이 분담해서 지급한다면 도덕적 해이 논란이 따르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독일·캐나다 등 29개국과 가입기간 합산 협정을 맺고 있다. 덕분에 한국인도 해당국 연금을 받고, 해당국 국민도 한국 국민연금을 받는 대칭 수급이 가동된다. 가령 미국에서 9년 일한 한국인이 귀국해 국민연금을 2년 납부하면, 양국 가입기간을 합산해 11년을 인정하고 미국에서 9년치, 한국에서 2년치를 각각 나눠 연금을 지급한다.
한중 간에는 가입기간 합산 협정 없이 상대국의 연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협정만 맺어져 있다. 역으로 연금을 내면 상대국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중국엔 추납 제도가 없어 15년을 꽉 채워 납부해야 한다. 한국인이 중국 양로보험을 받기는 사실상 어렵다. 학습비용이 컸지만, 이제라도 상호주의에 따라 중국인의 추납을 금지한다면 한중 간 연금 일방통행을 끊을 수 있다.
2026-09-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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