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북촌 화동에 살던 초등학교 시절 안국동의 민영환 동상은 꽤 친숙했다. 지금도 안국동이라면 선생이 먼저 생각난다. 그런 동상이 어느 날 사라졌다. 거리를 넓히는 공사 때문이었다고 한다. 동상은 돈화문 앞으로 갔다가 다시 안국동 우정총국 곁으로 옮겨졌다. 동상이 선생의 시호에서 이름을 딴 충정로에 자리잡은 것은 2022년이다.
남산에 오르다 보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김유신 장군 동상이 보인다. 애초 어디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록을 보니 숭례문과 서울광장 사이 태평로의 중앙분리대에 1969년 건립됐다고 한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 장수 동상이 서울 한복판에 있으니 고구려와 백제 지역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닐까. 계백 장군 동상은 백제지역에만 있다. 온갖 상상을 해 본다.
김유신 동상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어받아 남북통일을 이루자는 뜻으로 북쪽을 향했다고 한다. 이순신 동상과는 마주 보고 있었다. 1972년 남산으로 옮긴 것은 지하철 1호선 공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세파에 많이도 시달렸나 보다.
2026-09-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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