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on] 달빛야장과 골목의 경쟁력

[서울 on] 달빛야장과 골목의 경쟁력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6-09-13 23:47
수정 2026-09-1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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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때 사람이 많이 오는 건 좋죠. 그런데 그다음이 더 고민이에요.”

얼마 전 한 골목상권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지역 축제로 며칠간 북적이다 평소의 골목으로 돌아온 뒤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명동이나 강남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곳도 아니어서 관광 특수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골목 경기는 녹록지 않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발간한 ‘골목골목 골목경기 동향’에 따르면 소상공인은 지난 7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쟁 심화(40.9%)를 꼽았다. 원재료비 상승(33.8%)이나 대출상환 이자 부담(13.7%)에 대한 고충도 커지고 있다. 월평균 매출과 소득도 감소세를 보였다.

K관광의 인기가 모든 골목의 호황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7월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61만명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카드 소비액은 지난 4월부터 1조원을 넘겼다. 그런데 한국신용데이터의 분석을 보면 해외카드 매출의 66.9%가 상위 1% 매장에 집중됐다. 관광특구 점포의 경우 월평균 해외카드 매출이 348만 3000원이지만 골목상권은 29만 9000원에 그쳤다.

서울시는 그동안 골목형 상점가 육성이나 로컬 브랜드 상권 조성 등으로 골목상권 활성화에 힘써 왔다. 이제는 ‘밤’을 활용해 상권을 키우려고 한다. 야장 문화에서 착안해 지역마다 ‘달빛야장’을 육성하고 야간 경제를 살린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 이후 밤 소비가 술 중심에서 문화나 체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상권마다 최대 20억원을 지원한다는 소식에 15개 자치구의 19개 상권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14일 시범상권 5곳을 선정한다.

높은 관심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서울시의회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당초 관련 예산 12억원가량이 삭감됐지만, 예결위를 거치며 되살아났다. 잘되는 상권 밀어주기가 되는 게 아니냔 우려도 있었지만, 골목상권을 살릴 새로운 계기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셌던 것으로 보인다. 시와 시의회 사이 예산 줄다리기를 넘어선 달빛야장은 이제 출발선에 섰다.

남은 과제는 야장이라는 틀 안에서 얼마만큼 그 골목만의 매력을 보여 줄 수 있느냐다. 어느 축제를 가도 플리마켓과 푸드트럭, 공연이 비슷하게 펼쳐진다면 관광객이나 시민들에게 야장은 자칫 지루한 풍경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의 시간과 돈은 한정돼 있다. 서울시는 시설 개선이나 상권 브랜딩, 특화 이벤트 등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이는 그간 상권 지원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답은 이미 골목 안에 있을지 모른다. 거리의 분위기나 가게, 상인들이 쌓아 온 이야기는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붐볐는지만이 아니라 몇 달이 흐른 뒤 낮에도 상권이 달라졌는지, 주변으로도 발길이 이어졌는지를 봐야 한다. 야장의 불이 꺼진 뒤에도 다시 찾을 이유가 남는 ‘달빛야장’이 되길 바란다.

김주연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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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사회2부 기자
김주연 사회2부 기자
2026-09-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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