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사랑을 배우며

[길섶에서] 사랑을 배우며

황수정 기자
입력 2026-09-13 23:46
수정 2026-09-1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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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혼잣말을 잘하셨다.

봄비 마당에 두꺼비가 엎드렸으면 대문을 활짝 열어 “잘 가소”. 감자 알이 잘 영글라고 감자꽃을 따내면서 “미안하네”. 그까짓 벌레먹은 대추알을 주우면서도 “익어 오느라 고생하셨네”.

잘 익은 대추알을 보면 우리 할머니처럼 인사를 해줘야 하나, 웃음이 난다.

이별할 일이 겁나서 인연을 엮지 말자, 기를 쓰는 편이다. 어쩌다 떠맡은 강아지가 한솥밥을 먹은 지 여덟 해. 마뜩잖던 첫 마음은 날마다 녹아서 내 마음속에 요 녀석은 작은 우주가 됐다.

뾰족한 모퉁이를 돌 때는 내가 앞장서고, 뙤약볕 쟁글대는 땅바닥에 내 손바닥을 먼저 대보고, 아무것도 없는 저쪽 하늘을 저를 따라 나도 올려보고.

이 나이를 먹고도 나는 물어본다. 잘생긴 것 없이 심심하고 별 볼 일 없는 이 마음들은 사랑일까. 아무 맛도 아무 냄새도 없는데 사랑일까. 자꾸 물어본다.

견뎌 볼 길밖에는 없는 초라한 저녁. 떨어지는 나뭇잎 한 장처럼 아무 말없이 가만히 곁에 앉아 있어 주는 일.

조그만 녀석한테 그 사랑을 배운다. 팔 년을 배워도 모자라서 저물도록 둘이 앉아 있다.
2026-09-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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