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만큼 일반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요즘 워싱턴에서 고려아연의 위상은 이들 못지않다.
지난해 12월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이 회사의 미국 자회사에 2억 1000만 달러의 직접 지원을 결정했다. 테네시주 제련소에서는 갈륨, 게르마늄, 안티모니 등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방산에 필수적인 13개 핵심 광물이 생산될 예정이다. 미국은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핵심·전략 광물 10종에 대한 우선 접근권도 확보했다.
배경에는 ‘중국 변수’가 자리한다. 희토류는 물론 첨단산업 광물의 정제까지 장악한 중국에 맞서려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독자적인 제련 능력을 확보하는 일이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세계 최대 단일 비철금속 제련소인 온산제련소를 운영해 온 고려아연이 미국 공급망 재편의 핵심 파트너로 떠오른 까닭이다. 74억 달러가 투입되는 ‘테네시 프로젝트’는 그래서 단순한 해외 투자가 아니다.
이런 위상 변화는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측에도 적지 않은 힘이 됐다.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지 어제(13일)로 꼭 2년이 됐다. 지난 9일 임시주총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한 발 앞섰다. 승부처였던 감사위원 선임에서 추천 후보가 81% 이상의 찬성을 얻었고,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2명, 영풍·MBK 측 7명으로 재편됐다. 미국 제련소 사업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주주들이 경영 연속성과 사업 안정성에 무게를 둔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고려아연의 산업적 중요성이 커진 만큼 경영권 분쟁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누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느냐를 넘어, 커진 기업 가치를 안정적으로 키우고 주주와 국가의 이익을 함께 지켜낼 역량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경쟁이 2년 전과는 다른 무게를 갖게 된 이유다.
2026-09-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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