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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전문가 “북 오미크론 감염 폭증, 정권 장악력 영향 미칠 수도”

입력: ’22-05-13 16:09  /  수정: ’22-05-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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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전국적인 전파상황을 료해했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공개된 것은 같은 날 정치국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정권의 주민 장악력에 영향을 미치게 될 정도로 인명피해가 엄청날 수도 있다.”

미국 웨일 코넬 의대의 미생물·면역학 전문가인 존 P 무어 교수는 12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에 북한 당국이 봉쇄를 통해 코로나19 전염을 제한하지 못하면 “인구의 상당 비율이 곧 감염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팬데믹 2년 3개월이 되도록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큰 소리를 쳐왔는데 코로나19 치료제는 말할 것도 없고, 백신도 없는 점 때문에 국제 보건 전문가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북한은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함께 지구촌에 둘 뿐인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국가다. 가난한 동시에 잔혹한 정부가 이끈다는 공통점을 지닌 두 나라는 국제사회의 백신 공유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 두 나라 주민들은 오미크론 등 빠르게 확산하는 코로나19 변이에 취약한 처지라고 WP는 평가했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국제보건정책센터 J 스티븐 모리슨 소장은 “엄청난 면역 공백에 백신이나 이전 감염으로 인한 후천적인 보호책이 전혀 없다는 점이 겹치며 ‘통제 불가능한 전염’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며 “이같은 상황에서는 새로운 변이의 (출현) 확률도 극대화된다”고 우려했다.

WP는 북한과 에리트레아 지배층은 이미 백신을 맞았고, 외국산 백신에 대한 묵살은 단지 ‘보여주기 쇼’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독재를 유지해 온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은 코백스(COVAX·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에 가입하라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요청을 무시해왔다. 에리트리아에는 코백스가 아프리카를 파괴하려는 서방의 술책이란 선전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도 코백스가 올해 아스트라제네카가 제조한 코로나19 백신 128만 8800회분을 배정했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수용하지 않았다. 또 중국산 시노백 백신 300만회분도 팬데믹이 심각한 다른 나라에 주라면서 인수를 거부했다.

코백스를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관계자는 현재로선 북한에 배정된 백신이 없다면서도 북한이 국가 차원의 백신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면 접종 목표 달성을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WP는 북한이 백신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이나 홍콩처럼 부분적으로나마 백신 접종이 이뤄진 곳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 미접종자들 사이에 놀랄 만큼 빨리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중국은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센 ‘스텔스 오미크론’(BA.2)의 창궐로 최대 경제 도시인 상하이까지 전면 봉쇄하는 등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외교협회(CFR) 옌중황 국제보건 선임연구원은 “중국도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앞에 힘겨운 상황”이라며 “중국이 북한의 코로나19 대처를 돕기 위한 강력한 장려책을 지니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WP는 중국이 고수하고 있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경우 사망자가 150만명에 이를 것이라며 북한은 중국보다 훨씬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어 교수는 “북한에서는 최소한의 백신만이 접종됐기 때문에 (상황이) 훨씬 나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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