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소식
[STOP PUTIN]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향하는 외국인들, 걱정되는 대목들
입력: ’22-03-03 12:00 / 수정: ’22-03-04 03:53
▲ 더타임스 캡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직접 싸우겠다며 현지로 향하는 외국인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물론 군사력에서 러시아에 절대 열세인 우크라이나는 환영하고 바라는 일이지만 실효성이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 소아병적인 사고를 지닌 이들이 끼어들 가능성, 또다른 전쟁범죄이며 국제법 위반 소지도 지적되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공수부대 출신 150명이 우크라이나로 이미 출발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 경험을 쌓았으며 우크라이나에서도 최전선에 나서겠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의용군 참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영국인은 영국 스카이뉴스에 “우크라이나에는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젊고, 강하며, 건강한 남자들이다. 도와줄 수 있는데 안 될 것이 뭐 있느냐”고 되물었다.
조 스털링(28,
사진)은 스코틀랜드 왕립사단의 현역 병사인데 일주일 휴가를 내 우크라이나로 가 군사 훈련에 어려움을 겪는 자원자들을 돕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라크전쟁 참전 경험이 있는 그는 나중에 국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도 각오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네덜란드와 영국, 캐나다 등지에서 전직 군인, 구급대원, 일반인들이 우크라이나에 가겠다며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도 지난 1일까지 70명이 의용군으로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보도했다. 이 중 50명이 자위대원 출신, 프랑스 외인부대 경험을 가진 이도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와 왓츠앱 등 소셜미디어는 물론, 국내 블로그 등에도 우크라이나로 가는 방법을 묻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참전을 결심한 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장비를 챙겨야 하는지 팁을 주고받는다.
지난달 2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호소를 전하며 영국과 미국, 캐나다인들이 폴란드 접경 도시로 모여들고 있으며 한국인도 있다더라고 전한 기자로선 괜히 사람들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거의 90년 전 스페인 내전을 떠올리며 우크라이나군의 국제여단 편성 계획을 알렸는데 과연 얼마나 실효성있는 역할과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기도 하다. 세계대전으로의 비화를 우려해 참전과 파병에 나서지 못하는 각국 정부를 대신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해 민주와 자유, 이상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상징적 의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일부 국가에서도 정부 허가 없이 자국민들이 전쟁에 참여하는 일을 허용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우려한다. 상당수 국민이 이미 우크라이나로 떠난 영국에서는 참전 행위가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어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정부 각료끼리도 의견이 갈린다.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군과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가기로 한 영국인을 말리지 않겠다”고 말한 반면 벤 월러스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은 참전 말고도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도 의용군 참여를 자제해 달라고 주문한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외무성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피신 권고를 발령했다”며 “목적을 불문하고 그 나라에 가는 것은 중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하나 더,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이들 가운데 엉뚱한 생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개그맨 겸 대학생 앤서니 워커(29)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며 트럭 파업시위에 참여했다. 그가 똑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나 역사에 굵직한 족적 하나 남기겠다며 무작정 뛰어드는 불나방같은 존재도 있기 마련이다.
대가를 바라며 전장으로 향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국적과 경력, 무엇보다 생각이 다른 이들이 과연 우크라이나군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스페인 내전 때도 많은 갈래의 이념과 지향을 가진 이들이 한데 뒤섞여 민주주의 수호란 이상과 거리가 먼 살풍경한 모습들이 적지 않았다. 조지 오웰이 공산주의야말로 혁명을 가로막는 실체란 것을 깨달아 소설 ‘동물농장’을 쓰게 만든 것도 스페인 내전 참전 경험 때문이었다.
한편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로 오는 외국 용병들이 파괴 활동을 벌이고 러시아 군사장비와 이를 엄호하는 러시아 공군기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서방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정권’ 지원을 위해 보내는 용병들은 국제법상 전투원들이 아니다”면서 “그들은 군인 지위를 갖고 있지 않으며 체포시 최소한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