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자 인터뷰


[2000자 인터뷰 49] 설대우 “거리두기, 마스크 탈착 여부로 재평가하자”

입력: ’20-12-15 14:05  /  수정: ’20-12-15 14:05
3단계 격상해도 현행 체계라면 효과 기대 어려워

마스크 벗을 여지가 있는 곳이라면 영업 제한을

마스크 쓸 수 있는 여건이라면 얼마든 영업하게

“거리두기 단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아니라 마스크 착용을 기준으로 모든 시설을 재평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마스크를 잠시라도 벗을 가능성이 있는 시설들은 문을 닫게 하고, 마스크를 항상 끼고 있을 수 있는 시설은 밀집도를 낮춰 운영하게 하면 된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15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 7일 0시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한 뒤에도 여전히 하루 신규 확진자가 900~1000명대를 오르내리며 효과를 보지 못한 데 대해 대안으로 마스크 착용을 기준으로 모든 시설을 재평가하자고 제안했다. 설 교수는 “이미 무증상 감염자가 워낙 넓게 퍼져 있다”면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50대 이하 감염자가 많은 것도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많은 전문가들처럼 설 교수도 “거리두기 단계는 올릴 때는 한 발 먼저 올리고 내릴 때는 한 발 늦게 내려야 하는데 거꾸로 됐다”면서 “거리두기 단계를 5단계로 세부조정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정부가 ‘2+α 단계’를 만들어내면서 스스로 만든 기준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되는데 국민들의 협조가 없으면 거리두기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이날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을 통해 “3단계(격상)를 통해 효과를 보려면 전 사회적 응집력이 중요하다”면서 “전체가 준비하고 결집해서 효과를 확실하게 나타내는 조치가 3단계고, 또 오래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회적인 합의를 충분히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현재 수도권의 2.5단계에 대해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3단계로 격상하더라도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거리두기가 오래되다 보니 국민적 피로감 때문에 동참하는 동력도 같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견된다”면서 “지난주 이동량은 직전 주에 비해 거의 정체, 수도권은 소폭 상승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이날 0시 기준 하루 코로나19 사망자는 13명으로 크게 늘었다. 의료체계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특히 최근 2주 동안 65세 이상 고령층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라 위중증 환자가 늘어난 결과로 파악된다. 해서 전국에 모두 3단계 격상을 주장하는 전문가들 역시 그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 폭증세를 멈추는 효과가 있겠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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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15일 서울신문과 전화 통화를 통해 “마스크를 쓸 수 있는 곳과 벗을 수 있는 곳으로 나눠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사진은 지난 3월 15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갖는 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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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설 교수는 마스크 착용 여부를 기준으로 모든 시설을 재평가해 제한적 운영을 할지, 문을 닫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해 주목된다. 현재 거리두기 2.5단계에서 실내 50명 이하, 오후 9시 이후 영업 중지 조치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설 교수는 “동네 소규모 카페와 식당은 마스크를 벗지 않고도 테이크아웃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운영해도 된다”면서도 “쇼핑몰, 극장 안의 식당과 카페는 마스크를 잠시라도 벗을 수 있기 때문에 문을 닫게 하고 몰이나 극장 안의 나머지 공간은 마스크만 쓰면 돌아다니게 해도 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헬스장도 샤워시설은 폐쇄하고 마스크를 벗지 않는 조건에서 운영하되 2분의 1이나 3분의 1수준으로 이용자 수를 줄여야 한다”면서 “결혼식도 식당은 폐쇄하고 마스크를 벗지 않는 조건에서 하객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 예식을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하지 않으니 감염되지 않는 것이 좋은 예라고 했다. 설 교수는 이렇게 하면 방역과 경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현재 거리두기 체계와는 상당히 다른 방역 틀이라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진지한 논의를 해볼 만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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