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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음악을 들으려면 꼭 비발디의 ‘사계’를 틀어야만 하나. 옛 한시에 장중한 곡을 붙인 작품은 말러의 ‘대지의 노래’뿐이던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오는 1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국악 칸타타 ‘어부사시사’(漁夫四時詞)는 이 부분을 파고든 창작 작품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제공
지난해 10월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살짝 공개한 ‘어부사시사’ 한 장면. 호평에 자신감을 얻어 오는 15일 ‘국악 칸타타’ 형식을 본격 선보인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제공
국립국악관현악단 제공
그래서 더 낯선 것은 국악 칸타타라는 형식이다. 칸타타는 17~18세기 바로크 시대에 성행했던 성악곡이다. 이번 작품을 기획한 황병기(왼쪽·75)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과 곡을 쓴 임준희(오른쪽·52)씨로부터 작품에 대해 들어봤다.
황병기 국악연주자 60여명, 서양악기 연주자 20여명, 합창단 20여명 등 모두 다 합해 130명이 나선다. 국악으로 할 수 있는 사상 최대 규모다. 웅장한 느낌이 들 것이다. 격조를 갖추면서도 대중적인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클래식하게 접근하더라도 낭만주의적으로, 너무 어렵지 않게 멜로디 라인을 따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130명 출연… 국악 연주 사상 최대 규모”
황병기 예술감독
황 제작도 좀 여유롭게 하도록 해 줬다. 공공기관들은 예산 회계가 1년 단위로 끊기기 때문에 통상 작품을 의뢰해도 6개월 정도의 시간밖에 안 준다. 그런데 이건 2년을 줬다.
임 맞다. 2009년 4월에 전화주셨으니 2년 정도 여유를 주신 셈이다. 원래 황 선생님을 참 좋아했는데, 이번 작업 덕분에 마침내, 처음으로 뵙게 됐다. 개인적으로 1983년 작곡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가져갔던 음반이 황 선생님의 ‘침향무’, ‘숲’ 같은 작품이었다. 서양음악을 전공했지만, 한국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어릴 적부터 생각했다.
황 ‘어부사시사’는 참 보석 같은 시조다. 이리저리 봐도 가사는 정철, 시조는 단연 윤선도다. 첫 대목이 ‘압개예 안개 것고 뒫뫼희 해 비췬다’(앞 강에 안개 걷히고 뒷산에 해 비친다)로 시작하는데, 난 이 구절부터 가슴이 뛴다. 힘찬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가. 음악적으로도 그렇다. 시조 한수 한수마다 후렴구처럼 들어가 있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찌그덕 찌그덕 어이야’쯤으로 번역. 노젓는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를 실제 노래에서는 다양하게 변주했다. 그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
임준희 작곡가
황 이 자리에서 처음 말하지만, 사실 작곡가를 물색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임 작곡가는 오래전부터 국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국악적 테크닉에 익숙하다. 오페라 작곡도 해 봐서인지 웅장한 합창 같은데도 능했다. 그게 당첨된 이유다. 허허.
●“가을 대목에는 남도 뱃소리 넣어”
임 아니다. 황 선생님 덕을 많이 봤다. 가사가 옛 한문투 문장이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때 황 선생님이 참고 서적들을 주셨다. 또 해남 윤씨 문중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모두 40수 가운데 20여수를 노랫말로 만들었다. 물론 맥락에 따라 뭉치기도 하고 나누기도 했다. 윤선도의 선비적인 멋을 살려야 할 부분은 독창이나 정악적인 느낌을 강조했고, 어부들의 일상이나 자연의 변화를 다룬 부분에서는 합창과 민속악적 요소를 넣었다. 특히 가을 대목에는 남도 뱃소리까지 넣어서 아주 흥겹게 만들었다.
황 안 그래도 관객들에게 앙코르 요청을 받으면 가을 부분이 딱 적당하다 싶었다. 예전에 88서울올림픽 때도 이런저런 우리 노래 가운데 뱃노래가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다.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한 작품 더 준비하고 있다. 이것까지 올해 무대에 올리고 (예술감독) 임기를 마칠 생각이다.
2만~5만원. (02)2280-4115~6.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1-04-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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