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생생 리포트] 200살 마르크스, 시진핑의 새 무기?

[특파원 생생 리포트] 200살 마르크스, 시진핑의 새 무기?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18-05-11 17:26
수정 2018-05-1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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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산당, 탄생 기념대회 성대히
시 “인류사 탐구… 해방 모색의 길”
주민 반발에도 獨고향에 동상 기증
중국 홍색관광단이 프랑스의 소도시 몽타르지를 찾아 덩샤오핑의 유학 시절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신화통신
중국 홍색관광단이 프랑스의 소도시 몽타르지를 찾아 덩샤오핑의 유학 시절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신화통신
지난 5일 탄생 200주년을 맞은 카를 마르크스는 고향인 독일과 170년 전 ‘공산당선언’을 완성한 영국보다 중국에서 시공을 초월한 철학자로 집중 조명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대회를 성대하게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거대한 마르크스의 초상화를 배경으로 “21세기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경지를 끊임없이 개척해야 한다”며 한 시간여에 걸쳐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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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마르크스
카를 마르크스
시 주석은 “마르크스주의는 인류의 역사를 탐구하고, 자신의 해방을 모색하는 길”이라며 “100년 전 근대 중국의 어두운 밤을 빛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다”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꾸준히 발전시켜야만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시 주석은 개교 120주년을 맞아 베이징대를 방문한 지난 2일에도 대학생들에게 마르크스주의 학습을 강조했다. 그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저작을 읽은 15살 때 이미 독자적인 사고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이징 국가박물관에서는 ‘진리의 힘’이란 주제로 마르크스에 대한 전시회 개막식을 5일 열었고, 중국 우정당국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모습을 담은 기념우표를 한 세트당 2.4위안(약 338원)의 가격으로 발행했다.

하지만 실제로 마르크스가 태어난 독일의 트리어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여한 최고위급 인사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었다. 높이 5.5m, 무게 2.3t에 달하는 마르크스 청동상의 제막식도 열렸는데 이 동상마저 중국이 기증한 것이었다.

마르크스의 고향 트리어에서는 중국이 선물하는 청동상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놓고 시의회가 투표까지 벌였는데 그만큼 주민 반발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하는 형태의 통일을 이루면서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는 실패한 낡은 이론으로 여긴다. 게다가 전체주의로 흐른 구동독 체제의 인권유린 문제가 통일 후 두드러지면서 마르크스주의는 천대까지 받았다.

트리어의 주민들은 중국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라며 마르크스 청동상 건립을 반대했는데 공산당 유적지를 순례하는 중국인들의 ‘홍색관광’은 시 주석 집권 2기에 들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독일 트리어시의 마르크스 모양 신호등, 켐니츠의 마르크스 맥주 등을 소개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유학한 프랑스 몽타르지와 레닌의 고향인 러시아 울리야놉스크도 인기 있는 홍색관광지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마르크스주의가 시 주석의 새로운 무기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자본주의를 도입한 경제발전으로 발생한 양극화와 같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마련하고자 마르크스주의를 신앙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마르크스주의는 이데올로기의 기능 외에도 국민투표제가 없는 중국 공산당 집권의 합법성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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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2018-05-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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