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윤지충·권상연 순례길

[씨줄날줄] 윤지충·권상연 순례길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26-09-20 21:14
수정 2026-09-2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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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에서 전북 완주와 전주에 이르는 길은 그저 차를 몰고 달리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금산의 서쪽 끝인 진산면과 완주 운주면 사이에서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대둔산이 눈을 정화시켜 주는 것도 이유의 하나다. 그런데 진산이라는 땅이름이 왠지 귀에 익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바로 진산사건이 일어난 고장이다.

진산사건이란 1791년 이 고장 선비 윤지충과 권상연이 천주교 교리에 따라 부모 제사를 폐하고 위패를 불태운 것을 이른다. 두 사람은 전주감영으로 끌려가 풍남문 밖에서 참수됐다. 이른바 신해박해다. 역사책에 적힌 대로 ‘전라도 진산’이라 배웠으니 충남 진산은 낯설 수밖에 없다. 금산이 충남에 편입된 것은 1963년이다.

윤지충과 권상연의 순교를 따라가는 여행도 진산에서 시작해야 한다. 너무나 소박해서 더욱 아름다운 진산성지성당은 1927년 지은 것이다. 성당 곁에 세워진 진산역사문화관은 진산의 역사와 진산사건의 역사를 한데 모아 전시하고 있다. 윤지충과 권상연의 집터는 아직 찾지 못했다. 대역죄인과 강상(綱常)의 죄를 저지른 사람의 집은 허물고 물을 채웠기 때문이다. 이른바 파가저택(破家瀦澤)이다. 삼강오륜을 어지럽힌 것이 강상의 죄다.

다음 갈 곳은 두 사람이 순교한 자리에 세워진 전주 전동성당이다. 한옥마을 곁의 전동성당은 전주감영의 형장 자리에 1914년 세워졌다. 풍남문이 보이는 곳에 두 사람이 십자가를 메고 처형장으로 향하는 모습의 조각이 있다.

완주 초남이성지 바우배기에서 2021년 발견된 두 사람의 무덤은 엊그제 사적으로 지정됐다. 완주 남계리유적이라는 이름이다. 초남이성지는 1801년 신유박해에 순교한 윤지충의 이종사촌 유항검의 고향이다. 파가저택으로 연못으로 바뀐 유항검의 옛집 터가 있고 순교자기념성당 건립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금산-전주-완주는 흥미로운 역사여행 코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서동철 논설위원
2026-09-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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