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빈손 국회’/김성곤 논설위원

[씨줄날줄] ‘빈손 국회’/김성곤 논설위원

김성곤 기자
입력 2018-08-29 17:36
수정 2018-08-2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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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다른 이름도 참 많다. 그리고 대부분 부정적이다. ‘식물국회’와 ‘동물국회’, ‘방탄국회’, ‘통법부’,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 ‘세금도둑’, ‘규제완화의 무덤’, ‘규제공장’까지…. 해방 이후 1948년 5월 10일 총선으로 출범한 제헌의회 이후 73년의 의정사에서 궂은일 좋은 일 많이 했을 텐데 왜 이렇게 국회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법안은 국회에 가면 각 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부지하세월이다.
경제를 살리자는 데는 모두 한목소리지만 정작 규제완화 법안이 국회에 가면 뒷전이다. 2011년 상정된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이렇게 7년을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19대 국회에 1만 8000여건의 법안이 상정됐다가 처리되지 못하고 57% 정도가 폐기됐다. 20대 국회 상반기에는 처리율이 20%에 그쳐 1만 건이 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중 상당수는 임기 말에 폐기되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그런 국회가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법안은 신속히 처리해 통법부란 말을 듣곤 했다. 2014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법과 외국인투자촉진법이 단 5분 만에 통과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좋아할 것만도 아니다. “새 옷 입고 들어가서 누더기 입고 나온다”는 게 국회다. 제출된 법안을 여야가 입맛대로 뜯어고치다 보니 누더기가 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다. 공직자가 4촌 이내의 친족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국회심의 막판에 빠졌다. 국회의원과 관련된 선출 공직자들이 ‘공익을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이러니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높아 지난 3월 ‘국회의원에게 최저시급을 주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8만명이 서명했다. 5월 여론조사에선 ‘국회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80%가 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여야가 8월 임시국회 폐회를 하루 앞둔 29일 밤늦게까지 상가임대차보호법,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 굵직굵직한 규제완화 법안들을 놓고 줄다리기했다. 앞서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 이어 다음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조찬 회동에서 8월 임시국회에서 민생 및 규제개혁 법안 처리를 합의했다. 오늘 본회의에서는 당시의 합의정신이 제대로 발현돼 ‘빈손 국회’라는 오명을 벗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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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gone@seoul.co.kr

2018-08-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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