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모아타운, 성공한 정책 되려면

[데스크 시각] 모아타운, 성공한 정책 되려면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입력 2024-07-22 03:28
수정 2024-07-22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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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저층 주거지 정비에 효과
2년여 만에 97곳 지정 부작용도
기존 지정 구역 ‘옥석 가리기’ 필요

서울시가 만든 주택과 도시 정비 관련 정책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단연 2000년대 초반 나온 ‘뉴타운’이다.

잘게 쪼개진 재개발 사업을 하나의 지구로 묶어 서울에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도시와 동네를 바꾸는 역할을 해서다. 그 결과 현재 뉴타운 사업이 완료된 공덕·아현 일대와 왕십리 일대는 집이 아니라 동네가 바뀌면서 강북의 대표적인 중산층 거주지가 됐다. 한마디로 뉴타운 사업 자체만 놓고 보자면 ‘좋은 정책’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뉴타운’ 하면 ‘부동산 투기 열풍’이나 ‘실패한 정책’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현재까지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정비 사업지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이런 부정적인 평가가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정책적으로 ‘훌륭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뉴타운이 왜 이런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운용’ 때문이다. 당시 주택 가격 상승기를 타고 ‘뉴타운 지정’ 현수막만 걸려도 집값이 껑충껑충 뛰자 너도나도 뉴타운 지구 지정을 원했다. 그 결과 서울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는 기간에만 세 차례에 걸쳐 26개 지구, 226개 구역을 뉴타운으로 지정했다.

이렇게 많은 곳을 지정하다 보니 사업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빈약한 토대에서 추진되다 보니 이후 뉴타운 사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2기 신도시 공급, 보금자리 택지지구 개발이라는 악재를 맞으면서 장기 표류했다.

그리고 사업이 표류하는 기간 사용된 뉴타운 조합의 운영비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뉴타운’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이유다.

오세훈 서울시장 들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모아주택과 모아타운은 추진이 어려웠던 소규모 저층 주거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운영 상황을 지켜보면 뉴타운처럼 정책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벌써 모아주택과 모아타운 사업지 안에서 ‘지분 쪼개기’와 ‘기획 부동산’이 활개를 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지구 지정이 된 이후 주민들 간의 갈등이 커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아타운이 부동산 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시는 모아타운 신청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미 지정된 사업지 97곳에 대한 대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지정된 97개 모아타운 사업지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모아타운 초기 서울시가 노후도와 주민 동의율을 주요 평가지표로 하고 신청받으면서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곳도 지구 지정을 해줬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시작된 모아타운 사업은 불과 2년 3개월 만에 목표인 100곳 중 97곳을 채웠다. 속도전을 펼쳤다는 뜻이다.

급하게 사업을 진행해서일까. 벌써 기존에 지정된 사업지에서도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마포구 합정역 인근의 A모아타운은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이 포함돼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도로와 인접한 토지를 소유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땅을 모아타운 사업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의 한 주민은 “사업이 잘돼서 주민들이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사업이 장기 표류하게 되면 원하지도 않는 사업에 비용만 낼까 봐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좋은 정책이 시민들에게 실제 도움을 주기 위해선 좋은 운영이 함께 있어야 한다. 급하게 지정한 모아타운 사업지 97곳에 대한 중간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김동현 전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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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전국부 차장
김동현 전국부 차장
2024-07-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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