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오만, 소통 그리고 독선/김태균 온라인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오만, 소통 그리고 독선/김태균 온라인뉴스부장

입력 2012-04-17 00:00
수정 2012-04-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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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사회부장
김태균 사회부장
‘막말’ 파문으로 자기 이름을 세상에 날리고, 민주당의 선거판도 날린 김용민이 다시 전공 분야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15일 트위터 계정 이름을 ‘국민 욕쟁이 김용민’으로 바꾸고 “낙선자의 근신은 끝났다.”며 ‘행동 개시’를 선언했다. 막말의 수위가 이전 같지야 않겠지만 스스로를 ‘국민 여동생’, ‘국민 남동생’의 레벨로 격상시킨 만큼 그의 C급 욕설 카타르시스 퍼포먼스는 당분간 쭉 이어질 것 같다.

지난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나 진보정당을 찍었던 사람들 입장에서 그의 이런 모습은 대단히 논쟁적으로 비칠 것이다. 야권에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 버린 핵심 인물이 반성도 없이 마구 설쳐 댄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의 컴백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할 건 없어 보인다. 교수, 변호사 출신 낙선자들이 원래 그들이 있던 대학, 법조계로 돌아갔듯이 그 또한 일상으로 복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민의 원래 직함은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였다. 시사평론을 진보적 시각으로 가공해 퍼포먼스로 만드는 게 그의 생업이었다.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으니 기존의 생활 터전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김용민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더 큰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나 따져 보자는 것이다. 과연 김용민인가, 그런 김용민을 정치 현실로 끌어낸 민주당인가.

결국 이번에도 문제는 ‘소통’이었다. 민주당은 그들을 도와줬던 청와대와 여당의 행태를 이번에 한층 집약된 형태로 반복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예상치 못한 호재들이 이어졌지만 여론 눈치 보기와 남들 따라하기로 일관했다.

청와대와 여당 덕에 승리의 8부 능선까지 다다랐지만 그 시점에서 오만이 판을 쳤다. 노무현의 적통을 주장하면서 그가 이뤄 놓은 일들을 백지화하는 데 앞장섰고 ‘나꼼수’의 등쌀에 정봉주의 지역구에 김용민을 세습시켰다. 그러면서 이것을 국민들과의 소통이라고 했다. 정체성과 일관성을 상실하며 과거 노무현 정부 후반기의 데자뷔를 떠올리게 했다. 지지자와 부동층이 하나둘 소리 없이 등을 돌리는데도 외면하거나 무시했다. 트위터의 젊은 유권자들도 갈수록 커지는 지지층의 균열을 막아 낼 수 없었다. 약이 될 수 있으면 독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는 트위터에서도 그대로 통했다.

4년 전 18대 총선(2008년 4월 9일)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선거판을 휩쓸었다. 참여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단독으로 153개 의석을 확보했다. 친박연대 등을 합하면 당시 범(汎)보수의 의석은 200석에 달했다. 앞서 4개월 전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에 힘입어 그 누구도 집권 세력의 기세에 제동을 걸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기간은 고작 2개월을 지속하지 못했다.

18대 총선에서 여당이 축배를 든 지 1개월도 되지 않아(5월 2일)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렸고, 그로부터 불과 1개월 후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민주화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전국을 휩쓸었다. 이명박 정부는 소통이 잘못됐다며 뒤늦게 땅을 쳤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취임 후 반년도 안 돼 대통령 지지도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임기 말을 향해 가고 있다.

국민이나 유권자의 생각을 헤아리려 하지 않는 정부나 정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소통에 기반한 것이냐, 오만과 불통에서 비롯된 것이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에 취하거나 일부 세력의 광적인 지지에 의존해 전체와 소통하고 있는 걸로 착각한다면, 그것은 오만이 되고 독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론의 움직임은 과거보다 한층 빠르고 예민해졌다. 12월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8개월, 정치권에는 어느 때보다도 기나긴 기회와 위기의 시간이 될 것이다.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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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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