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비웃는 청소년 픽시족…가짜 브레이크까지 달고 폭주

공권력 비웃는 청소년 픽시족…가짜 브레이크까지 달고 폭주

유승혁 기자
입력 2026-05-21 02:31
수정 2026-05-21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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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 자전거 출몰 현장 가 보니

헬멧도 안 쓰고 빠른 속도로 운전
“가짜 못 알아봐… 걸려도 경고만”
픽시 금지 조례·제재 실효성 의문
“중고거래 등 유통 단계 단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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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10대 학생들이 타고 있던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 모습. 전날 서울시가 제동장치 없는 픽시 자전거 운행 금지 방침을 발표했지만 일상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승혁 기자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10대 학생들이 타고 있던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 모습. 전날 서울시가 제동장치 없는 픽시 자전거 운행 금지 방침을 발표했지만 일상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승혁 기자


“페이크(가짜) 브레이크 단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그러면 경찰한테 안 걸리거든요.”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만난 김모(14)군은 얼마 전까지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고 털어놨다. ‘경찰 단속에 걸리지 않느냐’고 묻자 김군은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네 자전거 가게에 2만원 정도를 주고 ‘가짜 브레이크’를 다는 방법도 친구들 사이에서 공유된다고 귀띔했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픽시는 페달과 바퀴가 연결된 ‘고정기어’ 방식의 자전거로, 경륜 경기 등에 사용된다. 가볍고 속도를 내기 쉬워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일부 이용자들이 “스릴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브레이크를 제거하고 탄다는 점이다. 경륜 경기에서는 브레이크 없이 주행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일반 도로에선 도로교통법에 따라 금지된다.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는 일반 자전거보다 제동거리가 최소 5.5배 길어 사고 위험도 크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픽시 자전거 집중 단속에 나섰고, 서울시도 최근 브레이크 없이 픽시를 운행할 수 없도록 하는 조례를 마련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자가 반포한강공원에 들어선 지 30분 만에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 20여대가 목격됐다. 대부분이 헬멧 등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타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산책로를 가로지르자 보행자들이 놀라 몸을 피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브레이크를 뗀 픽시를 타던 손모(18)군은 “사고만 안 나면 되지 않냐”며 “경찰에 걸려도 경고로 끝나기 때문에 굳이 브레이크를 달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자전거 업체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송파구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5)씨는 “공장에서 출고될 땐 브레이크가 달린 상태지만, 손재주 있는 아이들이 직접 떼거나 가게에 부탁해 제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브레이크가 제거된 픽시 자전거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판매자는 “유튜브를 보고 직접 떼거나 다시 설치할 수 있다”며 “자전거 가게에서 2만~3만원 정도에 가짜 브레이크를 달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단속을 피하는 방법까지 공유되는 셈이다.

단속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서 진행된 픽시 자전거 단속은 968건이었다. 즉결심판으로 이어진 사례는 5건(0.5%)에 그쳤고 나머지 963건(99.5%)은 계도 조치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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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가 흔하게 거래되는 관행을 바로 잡으려면 중고거래 등 유통 단계에서부터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학교 전담 경찰관들이 학생들에게 픽시 교육을 시행하고, 가짜 브레이크를 설치하는 업소 등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줄 요약
  • 브레이크 없는 픽시, 청소년 사이 유행 확산
  • 가짜 브레이크·중고거래로 단속 회피 공유
  • 집중 단속·조례에도 현장 변화 미미
2026-05-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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