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고객은 뒷전 ‘은행 워라밸’

[씨줄날줄] 고객은 뒷전 ‘은행 워라밸’

박상숙 기자
박상숙 기자
입력 2026-09-29 21:15
수정 2026-09-3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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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잘하려면 보통 고객을 더 오래, 더 편하게 만나야 한다. 은행은 거꾸로 간다. 점포는 줄이고 ATM도 없애더니 이제는 문 여는 시간을 줄인다.

금융노사 합의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은행 점포 개점 시간이 오전 9시에서 9시 30분으로 늦춰진다. 금요일에는 고객 응대를 30분 일찍 마치는 ‘라스트콜’을 도입해 영업시간이 1시간가량 더 짧아진다. 금융노조는 이를 “건국 이래 최초의 영업시간 단축”이라며 자축했다.

은행들이 오전 9시에 문을 연 것은 2009년. 당시 오전 9시 30분~오후 4시 30분이던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로 앞당겼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아침에 은행을 이용하기 편하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코로나19 때 방역을 이유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줄였고, 거리두기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대로였다. 소비자 반발 끝에 2023년 1월에야 오전 9시~오후 4시로 돌아왔다.

은행은 문턱을 점점 높여 왔다. 국내 시중은행 영업점은 2022년 말 5657곳에서 올해 6월 말 5381곳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ATM도 2만 9321대에서 2만 4711대로 15.7% 감소했다. 모바일뱅킹이 대세가 된 지 오래지만 고령층과 장애인, 현금 거래가 잦은 자영업자에게 창구와 ATM은 여전히 필수다.

정부가 여러 은행이 함께 쓰는 공동점포와 찾아가는 이동점포를 늘리고, 우체국 창구까지 활용하는 등 고심하는 마당에 은행은 오히려 금융소외를 키우고 있는 꼴이다. 금융은 공공재적 성격의 기간산업인 만큼 이용자의 편의를 지킬 책임도 크다. 국가 허가 없이는 새 사업자가 유입되기 힘든 구조라 서비스 경쟁에 목맬 이유가 없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땅 짚고 이자 장사’ 비판 속에도 올해 상반기 5대 금융지주는 1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이렇게 돈을 잘 버는데 서비스가 좋아졌다는 소식은 대체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은행의 워라밸’에 고객 뒷전이 상례가 돼서는 곤란하다.

박상숙 논설위원
2026-09-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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