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리면 민·형사” 개인 탓하는 방역대책 괜찮을까

“코로나 걸리면 민·형사” 개인 탓하는 방역대책 괜찮을까

이주원 기자
입력 2021-04-04 17:37
수정 2021-04-0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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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기숙사 ‘코로나19 확진시 책임’ 서약서 논란.  온라인 커뮤니티
서강대 기숙사 ‘코로나19 확진시 책임’ 서약서 논란.
온라인 커뮤니티
‘헌팅포차, 유흥주점 등 감염 위험이 있는 장소를 방문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경제적 손실과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할 것을 약속한다.’

서강대학교가 최근 기숙사에 머무는 학생들에게 요구한 외출 서약서 내용이다. 지난달 25일 서강대 곤자가 국제학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총 8명이 연이어 감염되자 나온 고육책이지만 학생들은 집단감염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긴다며 반발했다. 서강대 졸업생은 이런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방역수칙을 어긴 것도 아니고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 본인의 자유권과 행복추구권을 행사했다는 것만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도 않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강대 측은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 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 감염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 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11월 “공무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엄중 문책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서울시공무원 노조는 “코로나19 위기 종식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매우 부적절하고 잘못된 신호”라고 비판했다. 일부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을 공지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DB금융투자의 한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경위에 따라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해고 통보를 받은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당국은 코로나19로 퇴사를 강요하는 행위가 있으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방역에도 큰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방역당국이 이미 최고 단계의 방역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개인에게 전적인 책임을 부여한다고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별로 없다”며 “개인의 협조 이상으로 무거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결속감을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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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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