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완벽한 집’

[길섶에서] ‘완벽한 집’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6-10-01 00:50
수정 2026-10-01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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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집’을 만났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서도호 개인전에서다. 투명한 폴리에스터 천과 스테인리스 스틸로 길이 12.37m, 폭 5.75m, 높이 4.55m 규모의 집을 재현한 설치미술이다. 작품명은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2024).

작가는 영국 런던 자택 내부를 실물 크기로 구현하고, 과거 살았던 집들의 문손잡이와 자물쇠, 전등 스위치, 콘센트 등을 천으로 제작해 구조물 곳곳에 꿰매 붙였다. 매일 손길이 닿았던 일상의 물건들을 통해 집을 ‘기억의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작가의 예술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서울 집값이 뛰고, 전월세도 급등하면서 집의 의미를 새삼 곱씹게 되는 요즘이다. 무주택자에게 ‘내 집 한 채’는 평생의 숙제이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해도 영끌로 샀다면 남은 인생의 짐이 된다. 정부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며 실거주 정책을 강조하지만 둘의 경계가 무 자르듯 단순명쾌한 것만은 아니다. 현실이 너무나도 답답해서일까. 언제든 착착 접어서 어디에나 가져갈 수 있는 서 작가의 ‘완벽한 집’이 부럽기만 하다.

2026-10-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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