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더 어린 가수와 한 무대
팝의 여왕 MTV 컴백 보며
후배 대하는 스타의 태도 엿보여
“It’s mother.”한국에서는 나이 차이가 반세기도 더 나는 후배 가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원로 가수를 두고 논란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사이, 미국에서는 엄마와 딸뻘 차이 나는 두 가수의 무대가 할리우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바로 ‘팝의 여왕’ 마돈나와 ‘Z세대 스타’ 사브리나 카펜터가 함께 선 ‘2026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 오프닝 무대였다.
공연 시작과 함께 마돈나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It’s mother”였다. ‘엄마가 왔다’는 그 말처럼, 올해 68세인 그는 어느새 ‘팝의 어머니’, 아니 ‘팝의 할머니’가 돼 있었다. 마치 1980년대 초 마돈나를 오마주한 듯한 스타일의 옷을 입은 카펜터의 나이는 27세. 두 사람의 나이는 마흔한 살 차이다.
시상식 오프닝을 직접 연 ‘팝의 어머니’는 ‘올해의 아티스트’를 포함해 7관왕에 오르며, 자신이 왜 MTV 어워즈의 아이콘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사실 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마돈나의 ‘후배를 대하는 태도’였다.
마돈나는 신곡 ‘브링 유어 러브’의 탄생 비화를 설명하며 협업을 제안했던 카펜터 측에서 닷새 동안 답이 없자 한참 어린 후배에게 자신이 먼저 ‘다이렉트 메시지’(DM)을 보냈다는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여성 아티스트이자 사회적 금기를 깨온 도발의 상징에게서 이런 겸손함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자기가 무슨 상을 받는지도 모르고 무대에 오른 모습에선 철부지 이미지가 떠올랐지만, 진지하게 새 앨범을 준비했던 지난 1년 반을 돌아보며 밝힌 수상 소감에서는 따뜻한 조언으로 관객을 울리는 강연형 토크쇼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마돈나의 VMA 컴백과 함께 2003년과 같은 과거 무대도 다시 회자됐다. 23년 전 무대에서 당시 신랑 복장을 한 마돈나는 신부 옷을 입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에게 각각 키스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동성애를 연상케 했던 그 장면은 사실 두 후배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준다는 의미로 기획된 퍼포먼스였다. 팝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순간으로 남은 그 장면에서도 후배를 대하는 대스타의 태도와 여성 슈퍼스타들만의 ‘시스터후드’가 엿보인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마돈나 얘기를 꺼낸 건 같은 1950년대생인 우리나라 어느 대가수의 최근 설화 때문이다. 한 지역 행사에서 바로 앞 순서였던 17세 후배 여가수를 두고 “젊은 아가씨가 노래가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 “인생 경험도 하고 고생도 해봐야 한다. 찾아온 분들을 위로해 주는 음악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고 지적한 것인데, 노래와 노래 사이 1분여의 짧은 발언이 순식간에 퍼지며 큰 논란이 됐다.
‘음악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는 말 자체는 일견 수긍이 간다. 그러나 후배를 향한 진심 어린 조언이라고 보기에는 과한 부분이 적지 않다. 심수봉이 얼마나 대단한 가수인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젊은 아가씨’, ‘선수’라고 부르며 “앞으로 제 앞에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요구할 자격까지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다시 마돈나로 돌아와 보자. ‘최우수 댄스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그는 몇 발짝 뒤에 서 있던 후배 가수들을 향해 “왜 멀리 떨어져 있느냐”, “함께 있어야 안전하다”(safety in numbers)며 곁에 불러 세웠다.
직장에서든, 직장 밖 어디에서든 ‘애티튜드’는 선배가 후배에게만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나란히 선 동료 후배들을 꼭 안은 채 밝힌 마돈나의 수상소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춤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줍니다. 댄스플로어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합니다.”
안석 국제부장
안석 국제부장
2026-10-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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