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련소 떠나면 마을도 사라진다”…석포 주민들 ‘생존권 절규’

“제련소 떠나면 마을도 사라진다”…석포 주민들 ‘생존권 절규’

김형엽 기자
김형엽 기자
입력 2025-10-22 18:28
수정 2025-10-2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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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내걸린 석포제련소 이전·폐쇄 반대 현수막. 뒤로는 제련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 전경. 봉화 김형엽 기자
22일 오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내걸린 석포제련소 이전·폐쇄 반대 현수막. 뒤로는 제련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 전경. 봉화 김형엽 기자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제련소가 떠나면 우리 마을도 사라지는 거죠.”

22일 오후 찾은 경북 봉화군 석포면.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로 진입하니 곳곳에 “석포주민 생존권을 보장하라”, “제련소 이전 및 폐쇄 계획 즉각 중단하라” 등 영풍 석포제련소 이전 및 폐쇄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동네에서 가장 큰 마트를 운영하는 강은영(59)씨는 “제련소가 없어지면 갈 곳 없는 사람들만 동네에 남을 수밖에 없고, 결국엔 여느 시골 마을처럼 소멸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며 “겉으로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외치지만, 이미 확보된 양질의 일자리를 왜 없애려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7월 경북도가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용역’에 착수하면서 석포면 주민들은 하나같이 삶의 터전을 잃을까 봐 긴장하고 있다. 최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제련소 이전·폐쇄를 언급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1970년 세워진 석포제련소는 현재 세계 4위 규모의 아연을 생산한다. 연간 매출은 약 1조 3000억원에 달한다. 석포면을 포함해 경북 북부권, 강원도 태백시까지 제련소를 중심으로 생활권을 형성한다. 제련소에 근무 중인 임직원은 약 750명, 협력업체 직원까지 고려하면 연간 인건비만 약 1000억원이다.

제련소의 존재는 인구 구조와 교육 현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봉화군 전체 평균 연령이 58세를 넘는 반면, 석포면은 51.7세로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젊은 제련소 직원과 가족들이 정착한 영향이다. 석포초등학교는 현재 전교생이 92명으로, 봉화군 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수년 전에는 학생 수 증가로 인해 교실 4칸을 증축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석포면에서는 주민 약 500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일방적인 이전 추진에 전면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봉화군의회는 10월 18일 태백시의회와 함께 공동 대응을 선언했다.

주민들은 여전히 제련소의 이전·폐쇄가 현실화할 경우 생계 기반이 무너진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봉화·태백·석포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를 결성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임광길 공동위원장은 “화전민이 모여 살던 마을에 제련소가 생겨 발전하는 과정을 모두 본 산증인으로서, 제련소 이전·폐쇄는 1970년대로 마을을 다시 돌려놓겠다는 발상”이라며 “논의의 어떤 과정에서도 주민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와 정치권 일부는 제련소로 인한 낙동강 상류 오염 우려로 이전·폐쇄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제련소는 2021년 제련소 세계 최초로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고, 오염물질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삼중 차단 차수벽까지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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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위원장은 “정부와 정치권, 경북도 중 어느 한 곳도 제련소 현장을 제대로 둘러보거나 주민 목소리를 들어준 적이 없다”며 “봉화·태백·석포 주민은 생존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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