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 자제령 ‘뒷북 진화’… 치안 현장은 여전히 ‘뒤숭숭’

초과근무 자제령 ‘뒷북 진화’… 치안 현장은 여전히 ‘뒤숭숭’

김주연 기자
입력 2023-12-12 00:55
수정 2023-12-12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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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예비분 있어 이달 가능”
치안센터 폐지 재검토 이어 혼선
현장에선 수당 대신 휴무 권고
“바쁜 연말에 어떻게 하나” 불만

“오늘이 이달 연차를 올리는 마감일인데 연차 신청이 몰려서 달력을 보면 비는 날이 없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씨는 11일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을 주기 어려울 수 있으니 대신 휴무를 쓰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초과근무 자제령’을 내린 이후 치안 현장에서는 “바쁜 연말에 그럼 어떻게 일을 하라는 거냐”는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초과근무 입력을 제한하거나 수당 대신 휴무를 권고하는 등 정해진 예산에 서류상으로만 근무 시간을 맞추다 보니 일선의 불만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일하는 B씨는 “지난달도 초과근무 상한인 30시간을 넘겨 37시간을 찍었다. 현장 상황도 모르고 지침이 내려와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며 “연말은 특히 일이 많아 이달엔 초과근무 80시간을 해야 할 상황인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연말까지 불필요한 초과근무 신청을 자제하라는 내용을 담은 ‘근무혁신 강화 계획’을 지난달 전국 시도경찰청 등에 보냈다. 10월 기준으로 올해 초과근무 수당으로 지급할 예산의 87.8%가 소진돼서다. 이후 일선에서 논란이 커지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5일 내부망을 통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조직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청장으로서 유감스럽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경찰청도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이달은 예년처럼 초과근무 수당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재차 ‘뒷북 진화’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불필요한 일을 줄이자는 차원이고, 기본 초과근무의 경우 모든 부서에 기본적으로 다 주는 게 원칙”이라며 “예비분 등이 있어 12월엔 수당 지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지난달에는 초과근무 수당을 기존 대비 20% 감축했다면 이달은 10% 정도 감축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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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치안센터 폐지를 발표했다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뒤집은 데 이어 초과근무 자제도 일선의 반발에 부딪히자 다시 진화에 나서는 등 설익은 정책을 냈다 번복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치안 서비스를 담당해야 할 현장의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선 의견 수렴 없이 정책을 던졌다가 물러나면 정책은 물론 조직에 대한 신뢰도가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3-12-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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