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블랙 ‘호갱’ 데이

[단독] 블랙 ‘호갱’ 데이

김예슬 기자
김예슬 기자
입력 2023-11-24 00:14
수정 2023-11-2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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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전보다 비싸고, 쿠폰도 못 쓰고, 낱개보다 비싼 묶음 상품 눈속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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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하모(27)씨는 미국의 대규모 할인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 24일) 시즌을 맞아 ‘일 년에 단 한 번 최대 할인’이라는 문구를 보고 국내 한 명품 플랫폼에서 정상가 49만원짜리 지갑을 16만원에 구매했다. 하루 뒤 하씨가 각종 포털사이트 등으로 가격을 비교해 보니 이 지갑은 이미 3개월 전부터 14만원 정도에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그는 23일 “당연히 평소보다 싼 가격에 판매한다고 생각했는데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이 됐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블프 틈타 소비자 기만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국내외 유통업체와 이커머스 업체들이 ‘파격 할인’을 내건 행사에 돌입한 가운데 눈속임용 가격 꼼수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더 싼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할인 행사 이전보다 비싸거나 큰 차이가 없는데도 ‘파격’, ‘최대 할인’ 같은 문구를 사용해 마치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대학생 박모(23)씨도 해외직구로 유명한 A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단백질 보충제를 7만 1400원에 구매했다가 낭패를 봤다. 해외 브랜드 제품을 처음 사 본 박씨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품목에 해당 제품이 포함돼 있는 만큼 당연히 가장 싼 가격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박씨는 “구매하고 난 뒤 검색해 보니 행사 전에 같은 제품을 8000원 정도 더 싼 6만 3000원에 판매했더라”라며 “반송비 때문에 반품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할인 행사를 이유로 그간 보유하고 있던 쿠폰이나 포인트 사용을 막아 사실상 큰 차이 없는 비용을 치르거나 오히려 더 비싼 비용을 내고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묶음 상품이 낱개 상품보다 비싸거나 큰 차이 없는 ‘번들플레이션’, 같은 가격에 개수나 무게를 줄여 상품을 판매하는 ‘슈링크플레이션’ 형태의 상품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품목에 포함되기도 한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에 매일 다른 상품을 특가로 내놓는 B이커머스 업체에서 판매하는 물티슈가 대표 사례다. 이 물티슈는 8개 묶음 상품을 살 때는 10장당 기준 가격이 318원인데, 더 많은 개수가 포함된 12개 묶음 상품은 454원이었다. 해당 업체는 “제조사와의 합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일시적으로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온라인 단위가격 표시 의무화를”

이처럼 대형 할인 행사를 내세우면서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를 막으려면 온라인 단위가격 표시제 의무화, 정부 단속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용량이나 개수 등 변동 사항을 기업이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해야 한다며 법제화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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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소비자 구매가 특정 기간에 몰리는 때는 가격 교란 행위도 늘어난다”며 “소비자 기만행위를 모두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3-11-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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