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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 10번 넘게 해도양치질 순서 잊어도
잃어버린 순간을 담는다
신정식 사진작가 제공
신정식 사진작가가 거울에 비친 아버지 신현성씨를 찍는 모습.
신정식 사진작가 제공
신정식 사진작가 제공
서울신문은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일기 ‘함께한 계절’을 발간한 사진작가 신정식(38)씨를 만났다. 신씨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치 마지막 수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난 2년을 곱씹었다.
신씨의 아버지 신현성(67)씨는 2018년 4월 알츠하이머 1차 진단을 받았다. 설마 했지만 같은 해 8월 대학병원에서 받은 2차 검사에서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나는 괜찮다”며 아들을 위로하던 아버지는 이제는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마저 잊었다.
보스토크 프레스 제공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와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기록한 신정식 사진작가의 사진책 ‘함께한 계절’에 실린 신 작가의 아버지 신현성씨.
보스토크 프레스 제공
보스토크 프레스 제공
아들은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 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글로 기록했다. 아버지는 저녁 시간마다 같은 이야기를 10번 이상 반복했다. 어느 날은 숫자 8을 보고 “공 2개가 왜 붙어 있는 거니?”라고 묻기도 했다. 간판도 읽지 못하고 공연 무대 위 가수와 관객을 구분하지 못한다. 신씨는 “처음에는 양치질 순서를 잊으시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어디서 양치질을 해야 하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신다”고 말했다.
보스토크 프레스 제공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와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기록한 신정식 사진작가의 사진책 ‘함께한 계절’에 실린 신 작가의 아버지 신현성씨.
보스토크 프레스 제공
보스토크 프레스 제공
신씨는 아버지를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사진첩을 책으로 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아버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외로움이었다”며 “신현성이라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디자인 일을 하던 신씨는 생업을 버리고 사진에 뛰어들었다. 사진잡지 출판사 보스토크 프레스의 신진 작가 공모전에 참가해 당선되면서 아버지와 함께한 사진여행은 ‘함께한 계절’이라는 사진책으로 태어났다.
신정식 사진작가 제공
신정식 사진작가와 아버지 신현성씨가 함께 찍은 사진
신정식 사진작가 제공
신정식 사진작가 제공
신씨는 아버지에게도 사진책이 나온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아버지는 매번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무엇을 찍었느냐”고 묻는다. 신씨가 “아빠 사진밖에 없다. 유명인이 되면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길에 못 다닐지도 모른다”고 답하면 아버지는 항상 “하이고 참! 네가 잘돼야지”라면서 웃는다. 신씨의 바람은 하나다. 아버지가 외롭지 않게 살아가는 것.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의 사진을 찍을 수 없을 때까지 그의 손을 잡고 세상으로 나갈 생각이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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