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퇴출, 노동자 존중받는 사회 밑거름 될 것”

“‘근로’ 퇴출, 노동자 존중받는 사회 밑거름 될 것”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19-08-19 18:02
수정 2019-08-2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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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속 ‘근로→노동’ 용어 변경 추진… 권수정·김장일 지방의원 인터뷰

‘근로’는 종속적 의미 내포하고 있어
서울, 근로계약서 등 53개 표현 수정
경기도, 26일 조례안 상정·심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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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정 시의원(정의당) 연합뉴스
권수정 시의원(정의당)
연합뉴스
“단어 하나 달라지는 것이지만 ‘근로’(勤勞)를 ‘노동’(勞動)으로 바꾸면 노동자를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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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일 경기도의원
김장일 경기도의원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출신인 권수정 시의원(정의당)은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발의해 지난 3월 통과한 ‘서울시 조례 일괄정비를 위한 조례안’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조례에는 기존 서울시 조례에 나오는 ‘근로계약서’, ‘현장근로자’ 등의 표현 53개를 노동으로 대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불온한 용어처럼 취급받던 ‘노동’에 제자리를 찾아주자는 취지다. ‘근로’라는 단어를 ‘노동’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다른 지역에서도 포착됐다. 광주와 부산에 이어 지난 14일에는 경기도에서도 서울과 같은 취지의 조례안이 입법예고돼 오는 26일 임시회에 상정, 심의될 예정이다.

경기도에서 조례안 발의를 주도한 김장일 도의원은 “근로라는 단어는 노동자를 종속적, 수동적으로 보는 말로 사용돼 왔기에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지런히 일한다’는 의미인 근로 대신 ‘사람이 육체·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라는 뜻의 노동이 각 산업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의 작업 행위를 조금 더 주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권 의원은 “국회가 나서 근로자의날을 노동절로 개명하고, 근로기준법에서 관련 용어를 바꿔 주면 좋은데 적극적으로 논의되지 않는 현실”이라면서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조례 변경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두 음절 바꾸는 문제인데도 용어 개정 과정이 쉽지 않았다. 조례를 바꾼다고 해서 복지 관련 조례처럼 당장 눈에 보이는 혜택이 나타나지는 않는 데다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상 용어는 변화가 없는 상태로 조례만 바꾸면 혼란만 가중된다는 우려도 있었다. 권 의원은 “중앙 정부와 연계되는 분야는 근로라는 용어를 그대로 쓰고, 시 자체 행정과 관련된 부분 위주로 변경해 현장에서 큰 혼란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경기도의 49개 조례가 변경되면 노동자들은 ‘근로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은 단어 하나가 바뀔 뿐이지만 그 효과는 크다고 전망했다. 우선 포괄할 수 있는 노동자의 범위가 넓어진다. 권 의원은 “특수고용직이나 배달 등 플랫폼 노동자처럼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자 인정을 못 받는 노동자들을 포용하는 의미도 있다”면서 “지금 당장 삶이 확 변하지 않더라도 소외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청소년 등 미래 세대는 물론이고 노동자들이 자기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노동자가 존중받는 환경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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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19-08-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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