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기사에게 ‘30분 점심·쉼터’는 사치일까

마을버스 기사에게 ‘30분 점심·쉼터’는 사치일까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8-15 22:56
수정 2016-08-16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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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미끄럼 사고’ 뒤엔 열악한 근무환경 있었다

“마을버스 종점에 에어컨이 나오는 컨테이너 휴게실이 생긴 지 이제 닷새 됐습니다. 점심시간도 30분간 보장받았어요. 이 일을 2008년부터 시작했는데 인간답게 일하고 싶어서 처음으로 한 달간 파업이란 것을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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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달린 쉴 곳… 우린 운 좋은 편”
“에어컨 달린 쉴 곳… 우린 운 좋은 편” 15일 서울 금천구 한남상운 휴게실에서 마을버스 기사 정윤호씨가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한남상운 소속 금천 06번 마을버스(구로디지털단지~금천 노인종합복지관) 운전기사 정윤호(65)씨는 “아직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98%는 폭염에서 다음 배차를 기다리고, 15분간 컵라면이나 빵으로 점심을 때우며 일하고 있으니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라며 “사측이 식사시간 30분 보장, 휴게실 설치 등을 약속해 지난달 20일 파업을 종료했다”고 15일 말했다.

동네 골목을 누비는 마을버스 기사들이 과도한 업무, 열악한 처우 등에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9대를 운행하겠다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뒤 8대만 운행하며 업체가 추가이익을 챙길 때 기사들은 더위와 피곤에 찌들고, 승객의 안전은 뒷전으로 떠밀렸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나서서 최소한의 처우라도 보장하는 조례를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이날 영등포구의 한 마을버스 종점에서 만난 기사 김모(54)씨는 “종점에 도착하면 쉬는 시간은 5분밖에 안 되고 저녁식사 시간도 20분만 허용돼 보통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울 때가 잦다”며 “총 7개의 마을버스에 2교대로 근무하는 데다가 주말에도 2대씩만 쉬다 보니 한 달에 사나흘 쉬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폭염에도 에어컨은커녕 휴게실을 갖춘 곳도 드물었다.

운전기사들은 ‘뺑뺑이’ 배차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남상운은 구청에 06번 마을버스 9대를 운영하겠다고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8대만 배치했다. 당연히 운전기사는 쉴 새 없이 버스를 몰아야 한다. 도로 사정에 따라 종점에서 화장실도 들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통상 버스 한 대당 월급 200만원인 기사를 2명씩 고용해야 하니 산술적으로 회사는 인건비만 연 48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통상 기사들은 오전 근무(오전 5시~오후 2시)와 오후 근무(오후 2시~밤 12시)의 2교대로 근무하며 버스를 1시간 운행한 뒤 8분 정도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문제는 사고 위험의 증가다. 지난 4일 경기 용인 수지구의 한 내리막길에서 마을버스가 운전기사도 없이 150m가량을 굴러 내려간 끝에 행인 5명을 치어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마을버스 회차 지점이었는데 기사가 급하게 용변을 보려다가 사이드브레이크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일어난 사고로 추정되고 있다. 마을버스 교통사고는 2012년 202건에서 2014년 263건으로 2년간 61건(30.2%)이나 늘었다.

서울의 마을버스 업체(올해 5월 기준)는 134개(노선 244개)로 1557대의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운전기사는 총 3422명으로 이 중 정규직은 1779명(52%)으로 절반 정도다. 계약직이 774명(22.6%)이었고, 65세 이상을 1년 단위로 고용하는 촉탁직이 865명(25.2%), 견습생이 4명이었다. 마을버스 운전기사 평균임금은 올해 215만 7300원(세전)이었다.

마을버스 기사의 목표는 시내버스로 이직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시내버스 노조 간부들이 취업을 대가로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관행적으로 받아 챙긴다는 게 기사들의 전언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해당 관행에 대해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막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을버스 기사의 적정 인원과 임금,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가 구체적인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지키지 않는 마을버스는 퇴출하는 등 자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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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08-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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