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지역엔…썩는냄새 진동했지만 2년반 방치

저소득층 지역엔…썩는냄새 진동했지만 2년반 방치

입력 2010-08-08 00:00
수정 2010-08-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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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이 예정됐거나 진행 중인 서울의 낡은 주택가에서 오랫동안 방치된 시신이 잇따라 발견돼 시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소외된 사람들이 주변의 무관심 속에 외로이 죽어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사례는 심화하는 양극화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저녁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허름한 3층짜리 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에서 40대 여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방구석에 누운 시신은 살과 근육이 모두 썩어 앙상한 뼈만 남아있었고 주변에는 여자 옷가지가 널려 있었다.

 시신을 발견한 이 다세대주택 2층 세입자는 짐을 정리하러 내려갔다가 시신을 발견했다. 7㎡ 남짓한 넓이에 보증금 100만원,월세 10만원짜리인 이 방에 세들어 살던 건설현장 근로자는 2007년 갑자기 사라졌고 이듬해 3월 2층으로 이사온 세입자가 창고로 써왔다.

 2007년 한때 건물 주변에 썩는 냄새가 진동해 주민이 119에 신고하기도 했지만 따로 사는 집주인은 물론 이웃 주민들도 이 방을 들여다보진 않았다.

 경찰은 시신 상태나 주변 정황으로 미뤄 최소 2년 6개월 전에 숨져 방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인데다 방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어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성동구 홍익동 3층짜리 주택 1층에서도 숨진 지 최소 3주 이상 지난 것으로 보이는 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50~70대로 보이는 이 남자는 발견 당시 천장에 달린 TV 케이블 선에 목을 맨 상태였고 시신은 부패해 뼈가 일부 드러났다.위층에서는 매트리스와 음료수 캔 등 이 남자가 생활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왕십리 뉴타운 3구역에 있는 이 집은 세입자가 모두 떠나 오랫동안 비어있었다.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건물 철거를 위해 석면 제거 작업을 하던 근로자였다.

 왕십리 뉴타운 세입자 대책위원회 이은정 위원장은 “재개발 지역 빈집에 노숙자가 들어와 장기간 사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주변에서 알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경찰은 두 시신의 DNA를 채취해 실종자나 가출인 가족과 대조하는 등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연고자를 찾지 못하면 시신은 해당 자치단체로 넘겨지고 가매장 절차를 거쳐 화장된다.

 이처럼 서울시내 주택가에서 시신이 뼈만 남을 때까지 방치되는 일이 벌어진 데는 빈부격차 심화와 재개발 등으로 인한 주거지 분리 탓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철거촌의 빈집을 찾거나 재개발 직전의 낡고 오래된 주택에 모여 살다 보니 주변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도시연구소 김윤이 연구원은 “과거에는 가난했어도 공동체 생활과 일자리에 대한 네트워크가 활발해서 죽을 때 외롭지는 않았다”며 “지금은 가난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가 점점 한정되고 반지하 등 보이지 않는 곳에 몰리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재개발 지역이 지금처럼 방치되지 않도록 하려면 순환개발을 원칙으로 하고 철거시에도 구역을 좀더 잘게 나눠 시차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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