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없는 인사검증 도마 위
스스로 불리한 내용 숨겼다가 들통인사권자 ‘정무적 판단’ 개입도 문제
與 일각 “민정 제대로 일하나” 불만
미국은 FBI·윤리청 등 포괄적 조사
도덕·정책 검증 이원화 매번 공회전
“블라인드 테스트 도입 등 개선 필요”
홍윤기 기자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지 사흘째인 2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홍윤기 기자
홍윤기 기자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밀실·부실 검증, 측근 코드 인사 등에 따른 인사 실패 사태는 이재명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반복되는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인사위원회의 실질화, 독립 기관 검증 등 새로운 제도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선 문제로 지적하는 현 검증 시스템의 한계 중 하나는 후보자 본인의 관대한 자기 검증이다. 후보자가 사전 질문지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스스로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거나 불리한 내용을 숨길 경우 추후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21일 “현재 인사 검증은 후보자가 스스로 작성한 자료와 경찰 등 세평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며 “자기 기재 방식은 후보자가 불리한 사실을 누락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평 또한 법적 근거와 조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정보 제공자의 개인적 감정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내용이 왜곡될 수 있어 중립적이고 객관적 사실 검증이 안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또 인사권자의 ‘정무적 판단’이 인선에 크게 개입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명 과정에서 검증 보고서를 토대로 한 투명한 평가보다는 현 정부와의 코드, 친소 관계 등이 작동하다 보니 정권 차원의 부담을 안기는 인사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는 얘기다.
역대 정부는 인사 검증을 위해 다양한 기구를 운영했다. 문재인 정부는 인사수석실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민정수석실이 재산·병역·납세 등을 검증하는 한편,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인사추천위원회’를 가동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1차 검증을 맡겼다.
하지만 민정 라인과 법무부 등도 결국 인사권자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재명 정부도 집권 초반부터 인사 논란이 반복되자 지난해 9월 인사수석을 신설하는 등 보완에 나섰지만 인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권 일각에선 “민정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 섞인 얘기가 나올 정도로 민정에 대한 불신 기류도 감지된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 인사실에서 후보자를 물색한 뒤 최종 1인을 선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내부 검증이 진행된다. 백악관 요청에 따라 연방수사국(FBI)은 포괄적 신원 조사를 하고 정부윤리청(OGE)은 재산과 이해충돌 연루 등 문제를 검토하는 식이다.
김 교수는 “청와대와 국회가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걸 방지하려면 검증의 사실적 토대부터 공유돼야 한다”며 “객관적 사실을 조사하는 독립 기관인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처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정책·역량 검증은 공개로 진행하자는 인사청문회 이원화 방안도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여야는 정권 교체 때마다 공수를 바꾸면서 논의는 공회전을 거듭했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과장은 “후보자의 병역, 재산, 납세 등 필수 제출 서류 외에 청와대의 후보자 인사 검증 자료를 같이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인사위원회를 실질화해 대통령과 소수 측근에 한정된 의사 결정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개각을 할 때마다 인사위원회를 별도로 꾸려 위원들이 정성·정량 평가를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 “사전 검증 통과를 전제로 후보자들에 대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등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정부에선 ‘국민추천제’를 통한 공모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제도마저도 ‘산림청장 셀프 추천’ 논란이 벌어지는 등 철저한 인사 검증이 필요한 고위 공직자에게는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은 “정부와 합을 맞추기가 어려운 인사가 추천되면 검증조차 시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세줄 요약
- 후보자 자기기재·세평 의존 구조 한계 지적
- 정무적 판단 개입과 코드 인사 논란 확산
- 독립 검증처·인사위원회 실질화 대안 제시
2026-09-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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