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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는 14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15세기 절정을 이룬다. 이 시기 미술분야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절이었다. 피렌체의 메디치가를 비롯해 부유한 상인들과 은행가들은 자신의 죄를 사하고 천국행 티켓을 얻기 위해 수도원에 기부를 하는 한편 새로운 경제적·정치적 세력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가족 예배당과 대저택을 주문했다. 그 치장을 위해 최고의 예술가들을 불러들이고 이들을 적극 후원했다.
피렌체가 자랑하는 르네상스예술의 보고 우피치 미술관.
우피치 미술관 내부. 라파엘로의 ‘방울새와 성모’를 감상하고 있다.
짧은 복도로 이어진 동관과 서관 두개의 건물로 이뤄진 우피치 미술관은 3개 층에 걸쳐 100여개의 전시실이 있다. 1층은 고문서, 2층은 판화와 드로잉, 3층은 13세기부터 후기 르네상스 시기까지의 회화작품들이 동관부터 서관까지 시대순으로 전시돼 있고 복도를 따라 로마시대와 15세기의 조각작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2500점 이상의 작품들을 다 감상하려면 하루 이틀을 가지고는 절대로 부족하다. 시기별로 대표작들을 체크하고 방을 따라 가면서 봐도 놓치는 작품들이 허다하다.
천정화로 아름답게 장식된 우피치미술관의 복도.
르네상스가 무르익었던 시기의 작품들은 7전시실부터 시작된다. 산마르코 수도원을 장식한 프라 안젤리코의 ‘성모의 대관식’, 원근법에 몰두했던 파올로 우첼로의 ‘산로마노 전투’, 도메니코 베네치아노의 ‘성 모자와 네 성인’ 등 중세적인 색채가 남아있는 작품들을 지나면 세속의 고결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던 수도사 화가 필리포 리피의 ‘두 명의 천사와 함께하는 성모마리아’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 그림 속의 성모마리아는 세속의 여인들이 샘을 낼 정도로 아름답다. 이 여인은 루크레치아라는 수녀를 모델로 그린 것이다.
9전시실의 중앙에는 웬만한 미술사 책에 단골로 등장하는 유명한 한쌍의 측면 초상화가 놓여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그린 그림 속 남자는 당대 최고의 용병 대장이었던 우르비노의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 공작이고 그를 마주보고 있는 여자 주인공은 아내 바티스타 스포르차이다. 몬테펠트로 공작은 전쟁 중 부상으로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측면 초상화는 이것을 감추면서 신비롭고 근엄함을 강조하기 위한 훌륭한 해법이었다. 그는 아내가 아들을 낳고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나자 자신의 초상화와 쌍을 이루는 부인의 초상화를 주문했다고 전해진다. 미남 미녀는 아니지만 남자는 카리스마가 강하게 부각되고 여자는 순종과 희생, 사랑의 상징으로 그려졌다.
우피치미술관에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감상하는 사람들.
‘비너스의 탄생’ 다음으로 관람객이 북적이는 곳이 ‘프리마베라’(봄)다. ‘위대한 자 로렌초’의 조카인 로렌초 디 피에르프란체스코 데 메디치의 저택 침실에 침대 등받이 위에 걸려 있었다. 막 결혼한 그를 위해 가문에서 결혼선물로 주문한 것으로 추정한다.
우피치미술관 3층에서 바라본 아르노강과 베키오다리. 다리 위로 우피치에서 피티궁까지를 잇는 바사리 회랑이 지나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와 ‘동방박사의 경배’, 미켈란젤로의 ‘성가족’, 라파엘로의 ‘방울새와 성모’와 ‘율리우스 2세의 초상’,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등 우피치 미술관에는 너무나 유명한 그림들이 미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 워낙 유명 작품이 많은 인기있는 미술관이기 때문에 항상 관람객으로 붐빈다. 반드시 사전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통해 사전예약을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반드시 봐야할 명화들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긴 줄을 서야하는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 위대한 예술가들이 남긴 걸작들을 온전하게 오늘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메디치 가문이 아낌없이 예술가들들을 후원한 덕분임은 말할 것도 없다. 메디치가의 350년 영화는 오래 전에 막을 내렸지만 예술은 영원히 남아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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