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여행객·교민이 전하는 참상
“네팔 살면서 이런 재난 처음 겪어”“짐 나르는 친구들 연락 안 돼 걱정”
발전소 물막이 구조물 90% 소실
돌발 홍수로 파손된 누와코트 지구 거리
27일(현지 시간) 네팔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지구 데비가트 주민들이 돌발 홍수로 파손된 시설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2026.08.27. AP 뉴시스
“집에서 아내 손을 잡고 테라스로 피하려고 했는데 그만 아내가 진흙에 휩쓸려 가버렸습니다.”
대규모 홍수·산사태가 네팔을 덮친 지 이틀째인 27일(현지시간) 생존자 케샤브 프라사드 바라알(68)은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로이터통신에 이렇게 전했다. 병원에서 치료중인 바라알은 “당시 순식간에 집 안으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며 “4~5시간 뒤 헬리콥터가 구하러 왔지만, 아내는 아직도 어딘가 진흙 아래에 있다”며 괴로워했다.
현장의 한 목격자는 BBC에 “산사태 당시 오전 6시쯤 갑자기 온 가족이 깼고, 엄청난 굉음이 들려 일단 누군가 죽었겠구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고 주변엔 아무도 없다. 어떻게 이 상황을 대처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 일대를 덮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수백명이 사망·실종된 가운데, 현지의 참혹한 상황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네팔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과 현지 교민들도 추가 피해 가능성에 긴장하며 일정을 바꾸거나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해 현지를 찾은 대학생 주모(23)씨는 이날 예정했던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카트만두에서 출발해 일주일간 산행할 계획이었지만 전날 홍수 소식을 접하고 발길을 돌렸다. 주씨는 “언제 또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며 “비행기·버스비와 가이드 비용까지 다 냈지만 주변에서 만류해 취소했다”고 말했다.
현재 네팔에 체류 중인 한인은 650여명으로, 대부분 피해 지역인 라수와에는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기에 접어든 데다 산악지형이 많은 네팔 특성상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네팔 포카라에서 한인 민박집을 운영하는 김현경(57)씨는 “12년째 네팔에 살면서 이런 재난은 처음이라 걱정이 크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정보 공유도 활발해지고 있다. “○○ 지역은 아직 움직이면 안 된다”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도로·교통 상황과 산사태 위험을 묻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일하는 네팔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국내 한 제조업 공장에서 근무하는 네팔 국적 보태 핌바(33)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라수와에서 짐을 나르는 ‘포터’로 일하는 동료 2명과 연락이 끊긴 상태다. 핌바는 “그동안 작은 지진들이 있었어도 이번처럼 재앙급 홍수는 처음”이라며 “수백명이 실종됐다는 뉴스만 나오고 친구들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남동발전이 개발에 참여한 수력발전소 어퍼트리슐리-1은 홍수로 상부 물막이 구조물인 위어(취수보)와 건설 인력 베이스캠프가 각각 90뉴가량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발전소는 올해 말 준공 예정이었지만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 홍수 직전 공정률은 84뉴였다. 어퍼트리슐리-1은 사업비 6억 4700만 달러를 투입해 216㎽ 규모로 건립 중인 수력발전소다.
세줄 요약
- 네팔·티베트 홍수산사태로 수백명 사망·실종
- 생존자 아내 진흙에 휩쓸려, 목격자 혼란 증언
- 한국인 여행객 일정 취소, 교민들 추가 피해 우려
2026-08-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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