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들으란 듯 나토 강조한 ‘킹스 스피치’

트럼프 들으란 듯 나토 강조한 ‘킹스 스피치’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26-04-30 00:53
수정 2026-04-3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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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美의회 연설

“80년 서방동맹 소홀히 해선 안 돼”
제왕적 운영엔 ‘견제와 균형’ 언급
국정 비판 속 유머로 분위기 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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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美의회 선 英국왕
35년 만에 美의회 선 英국왕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찰스 3세는 특유의 ‘영국식 유머’를 곁들인 외교적 수사로 미 의원들의 환대와 웃음을 이끌어 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미 의회 연설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한 서방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최근 ‘나토 경시’ 행보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찰스 3세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상·하원 의원, 대법관, 미군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연설에 나섰다. 영국 국왕의 미 의회 연설은 1991년 찰스 3세의 모친인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35년 만이다.

국왕은 연설에서 올해가 9·11 테러 25주년인 점 등을 상기하며 나토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어느 한 나라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다”며 “우리의 관계는 필수불가결한 파트너십”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80년간 우리를 지탱해 온 모든 것을 소홀히 여겨선 안 되며, 그것을 기반으로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미군과 그 동맹국의 헌신과 전문성은 나토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서로의 방위를 위해 서약하고, 우리의 시민과 이익을 보호하며, 북미와 유럽을 공통의 적들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 발언이 유럽 동맹국을 비난하며 나토 탈퇴까지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 짚었다.

찰스 3세는 특히 미국 정부의 ‘견제와 균형’ 개념이 영국의 역사적 유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짚어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는 1789년 이후 미 대법원이 판례에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를 최소 160차례 이상 인용했음을 언급하며 “특히 행정권이 견제와 균형의 대상이라는 원칙의 근간으로서 인용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제왕적 국정 운영으로 비판받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민주주의 원칙의 중요성을 상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중동 분쟁 등으로 냉랭해진 양국 관계를 의식한 듯 찰스 3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가을 영국 국빈 방문 중 말했듯, 미국과 영국 사이의 혈연과 정체성의 유대는 값을 매길 수 없고 영원하다”며 양국의 특별한 관계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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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무거울 수 있는 정치적 메시지 사이사이 국왕이 던진 특유의 영국식 유머가 연설을 더욱 빛냈다. 그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빌려 “영국과 미국은 언어만 제외하고는 공통점이 많다”고 말해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 “난 후방 교란을 위해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니 안심하라”며 미국의 독립전쟁에 빗댄 농담을 던져 의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2026-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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