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서러운 세입자

[길섶에서] 서러운 세입자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26-08-12 23:59
수정 2026-08-13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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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부동산을 통해 연락을 해왔다. 오래 보유해온 아파트를 팔아야 할 것 같으니 전세 만기인 12월 전에라도 나가면 전세금을 빼주겠다는 것.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의 불똥이 세입자인 나한테도 튀는구나 싶었다.

전세로 살고 있는 27년 된 아파트의 매매가는 전세가의 3배가 훌쩍 넘는다. 강북이지만 ‘한강 벨트’인 데다 재건축·리모델링 추진 등으로 집값이 계속 올랐다. 분양받은 뒤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다는 집주인이 진짜 집을 팔려는 건지, 혹시 전세가를 대폭 올려보려는 건지 떠봤다. “전세 빼고 수리해 판다는 건데 여의찮으면 집주인이 들어와 살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부동산 측이 말을 흐린다. “최근 우리 아파트 00층이 (2~3억 내려간) 00억에 팔렸던데요”라고 물으니 “그건 경매라서 많이 낮춘 거예요. 그렇게는 안 되죠”라며 큰소리를 친다. 벌써 신경전이다.

전세 연장의 소박한 꿈은 깨지고 또 다시 부동산 ‘임장’에 ‘대출런’까지 나설 처지가 됐다. 친구들이 말한다. “네가 이번에 합리적인 가격에 집을 장만할 수 있다면 부동산 대책은 성공하는 거야.” 과연 그럴까.

김미경 논설위원

2026-08-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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