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내가 사는 파주시에서 영등포로 가는 광역버스를 탔다. 앞자리 아주머니가 다짜고짜 운전기사에게 “고려대 구로병원 가려면 뭘 타야 하느냐”고 묻는다.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운전기사는 귀찮은 기색도 없이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설명을 시작한다.
결론은 버스를 두 번은 더 갈아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그럼 영등포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나는 “이제 문제가 해결됐군” 하고 생각했는데 운전기사는 “택시요금이 솔찮게 나올걸요” 하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손님의 주머니 사정까지 걱정해 주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한동안 대화가 이어지니 한 청년이 버스노선을 검색한 듯 한번에 갈아타고 갈 수 있는 방법을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알려 준다. 나라도 찾아봐야 하나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선진국에선 남의 일에 되도록 간섭을 안 한다는데 한국에선 나부터가 이런 상황과 마주치면 참견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런 오지랖은 아무리 초일류 선진국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아야 할 텐데….
서동철 논설위원
2026-05-1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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