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출퇴근 환경이 바뀌어서 갑자기 마주하게 된 만원버스. 간신히 올라탄 버스 풍경이 익숙지 않다. 교통카드를 대기 위해 필사적으로 팔을 뻗어 보지만 좀체 공간과 거리가 확보되지 않는다. 부탁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낯선 손이 내 카드를 쓱 옮겨 쥔다. 단말기에 대준 뒤 다시 건네주는 손. 너무 혼잡해 얼굴을 볼 수 없다. 친절한 손만 있다.
고마움의 기억은 나도 누군가의 카드를 단말기에 대주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교통카드는 말이 생략된 채 생면부지 주인들 간의 손에서 손으로 건너간다.
아살세,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다.
2022-12-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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