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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무슨 대단한 보물찾기를 하거나 길에 뿌려진 임자 없는 돈을 경쟁적으로 줍기라도 하는 줄 알았다. 사람들이 머리를 처박고 무엇인가를 찾는 모습이 흡사 그러했다. 서울 동묘 담벼락 밑에서 비라도 오지 않는 한 매일같이 펼쳐지는 풍경이다. 수북하게 쌓아 놓은 헌 옷더미 속에서 취향대로 골라 한 장에 단돈 1000원. 옷가지들이 헤쳐질 때마다 묵은 먼지가 폴폴 인다.동묘 벼룩시장에서는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번쩍이는 네온사인도, 화려한 간판도 없이 남루한 좌판들뿐이지만 오후만 되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든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손때와 먼지의 속 사연을 들춰내며 ‘득템’을 기대하는 이들이다. 어느 여인이 ‘폼나게’ 입었을 티셔츠는 구겨진 채 나뒹굴고 있다. 뒷굽이 반쯤 닳아 버린 구두는 어느 집 가장의 딱딱해진 발바닥을 감쌌을 것이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는 뚜껑조차 사라졌다.
온 국민이 7년 이상 입고도 남을 재고 의류가 창고마다 가득 차 있으니 이만한 ‘풍요의 시대’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도 동묘 벼룩시장은 어제처럼 오늘도 인산인해다. 지갑은 너무 가볍고, 그래서 삶은 더욱 무겁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6-12-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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