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의 한반도 시계] 경항모 도입은 미뤄야 한다/군사전문가

[김종대의 한반도 시계] 경항모 도입은 미뤄야 한다/군사전문가

입력 2021-11-17 17:30
수정 2021-11-18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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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군사전문가
김종대 군사전문가
2년 전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리처드 스펜서 해군 장관은 미군이 미래에 운용하게 될 항공모함 숫자를 줄이기로 했다. 그 대신 1억 달러에 불과한 저비용 무인 잠수함, 즉 오르카와 같은 미래 전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태평양을 향해 항공모함이 미국에서 출항하면 그 즉시 중국의 인공위성이 이를 탐지하고, 중국 연안에 접근하면 1000마일을 비행하는 둥펑(東風) 지대함미사일이 제압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 멀리 떨어진 항공모함에서 출항한 스텔스 전투기가 중국 연안에 접근하려면 공중급유기가 따라가야 한다. 문제는 공중급유기에 스텔스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스텔스 전투기는 중국 연안에서 작전을 하고 귀환하지 못하거나, 중국 연안에 접근하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를 ‘스텔스 딜레마’라고 한다. 이 때문에 매티스와 스펜서는 미국이 2020년부터 일괄 구매하려 했던 항공모함 2척을 포기하고 250억 달러를 절감하기로 했다.

군산복합체는 즉시 해군의 개혁을 좌절시켰다. 항공모함 일괄 구매를 취소하면 미국의 두 군데 조선소에서 대규모의 노동자 정리해고가 이어지고, 이는 미국의 군함 건조 능력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고 주장했다. 의회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미 해군은 그 대신 취역한 지 25년이 지난 항공모함 해리트루먼호를 조기에 퇴역시키겠다고 했다. 해리트루먼호에 공급하는 원자로는 50년을 버틸 수 있지만, 25년 후에는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국방부 지도자들은 연료 재공급 비용 3억 5000만 달러를 절약하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해리트루먼호를 운용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300억 달러를 더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자 의원들과 기업, 노조, 로비스트, 컨설던트 집단이 모두 동원돼 이를 무력화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계획이 발표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항공모함이 건조되는 버지니아주에 있던 해리트루먼호를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재선 캠페인에 나선 펜스는 해리트루먼호 갑판 연설에서 버지니아주의 중요성을 분명히 염두에 두고 있는 백악관이 선박을 퇴역시키려는 계획을 뒤집었다고 발표했다. 열광적인 환호가 이어졌고, 해리트루먼호 퇴역은 백지화됐다.

항공모함이 ‘게임체인저’라는 발상은 이미 군사적 합리성을 상실했다. 한국 해군이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한 경항공모함을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경항모 자체는 스텔스 기능이 없다. 이 항공모함을 지원하게 될 조기경보기도 스텔스 항공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지상에서 발진하는 전투기보다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드는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전투기가 특별히 다른 점은 뭘까.

경항모라는 대형 플랫폼은 주변국 인공위성에 대부분 탐지된다. 상대방 연안에 접근도 못 한다면 이 값비싸고 멋있어 보이는 무기의 군사적 효용은 극히 제한된다. 군이 경항모 도입을 결정한 배경에 청와대의 강한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군사적 합리성이 부족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겉보기에 멋있는 무기가 우리의 안보를 지켜 주지 않는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 뭔가 특별해 보이는 무기체계는 그 자체로 중요한 게 아니다. 그보다는 시간에 민감한 긴급 표적을 얼마나 빨리 포착하고, 얼마나 신속하게 제압할 수 있느냐는 능력이 중요하다. 손자병법은 “천둥번개를 보았다고 눈과 귀가 밝다고 하지 않으며, 터럭을 들었다고 힘이 세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무기, 저런 무기를 가졌다고 강한 군대라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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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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