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원 불확실한 고교 무상교육, 시작부터 삐걱대서야

[사설] 재원 불확실한 고교 무상교육, 시작부터 삐걱대서야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9-04-12 14:49
수정 2019-04-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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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고교 무상교육이 시작부터 진통을 겪는 모양새다. 지난 9일 당정청은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부터 시작해 2021년까지 전 학년으로 무상교육을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정부가 갑작스럽게 시행 일정을 앞당긴 바람에 재정을 부담해야 하는 일선 교육청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에 들어갈 연간 2조 원의 예산을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시도교육청들은 “협의된 바 없다”고 당혹스러워한다. 그제는 17개 시도교육감들이 모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고교 무상교육의 소요 예산을 우리한테 떠넘기지 말라”고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가 재원 확보 방안을 시도교육청들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했다고 교육감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정부 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4년까지는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하되 당장 올해 2학기의 예산(3856억원)은 전액 교육청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교육청들은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추가로 예산 승인이 나더라도 실제 예산 집행은 2학기가 시작된 이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절반 부담 원칙도 일선 교육감들은 당초 예상치(30%)를 넘는 규모라고 반대한다.

무상교육이 실시되면 입학금, 수업료, 교과서비 등이 전부 면제된다. 고교 무상교육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한 ‘포용국가’ 정책의 주요 과제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확대되는 것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 실현 등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OECD 국가들 가운데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그렇더라도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삐걱대니 정책이 과연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원래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계획은 지난해 취임한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갑자기 올해로 앞당겼다. 자질 논란이 심각했던 유 장관의 체면을 살려 주려는 정치적 셈법, 총선용 선심 정책 등 여러 뒷말이 많았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정부가 부담할 무상교육 재원은 임시예산인 증액교부금 방식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당장 2학기 예산도 그렇지만, 2025년 이후의 재원 확보 대책은 지금으로서는 전무하다. 딴 것도 아니고 무상교육을 중간에 돈 없다고 철회할 수는 없다. 그런데 차기 정부에서는 그때 알아서 해결하라고 팽개쳐 놓은 셈이다. 무상교육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가 그래서다. 지난 정부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얼마나 시끄럽게들 싸웠나. 그 난감한 사태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무런 재원 대책도 없으면서 무상교육 실시를 덜컥 앞당기라고 어느 국민도 조른 적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도교육청, 국회와 협의해 장기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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