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서울의 저출산 실험에 거는 기대

[데스크 시각] 서울의 저출산 실험에 거는 기대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입력 2024-11-14 00:13
수정 2024-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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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내 집’ 당첨자 “둘 낳을까 고민”
결혼·출산으로 삶의 질 떨어지면 안 돼
주거·교육 등 직접 부담 줄이는 대책을

“진짜 애를 둘 낳아야 할까 봐요.”

지난주 서울의 한 자치구에 취재하러 갔을 때 이야기다. 8급 여성 공무원이 생각보다 결혼을 일찍 하게 됐다며 입을 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아이 둘을 낳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고민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미리 내 집’에 당첨이 되면서부터다. 미리 내 집은 신혼부부에게 장기전세주택을 제공하고 자녀 출산 시 거주 기간을 연장하거나 시세의 80∼90% 수준으로 분양 혜택을 주는 서울시 주택 사업이다. 올해 7월 첫 번째 사업인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300가구가 공급됐는데, 당시 60대1의 평균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것에 대해 축하를 건네자, “한참 뒤에나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덜컥 미리 내 집에 당첨되면서 결혼식을 앞당기게 됐다”면서 “분양받으려면 애를 둘 이상 낳아야 한다니,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고민된다”며 자랑인지 푸념인지 모를 말을 한다. 하지만 결혼을 생각하면서 가장 큰 부담이었던 주거 문제를 해결해선지, 얼굴은 밝아 보였다.

올해 2분기 기준 전국의 합계출산율은 0.71명이다. 그중에서 서울은 0.56명으로 2023년 2분기 이후 다섯 분기 연속 0.5명대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지고, 인구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가 한두 해가 아니다. 수많은 조직이 만들어지고, 대책이 쏟아졌지만 반등하기는커녕 점점 더 추락했다. 수많은 대책이 실패하자, 어른들은 “편하게만 살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문제”라고 요즘의 세태에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출산율은 끝없이 추락 중이다.

그런데 ‘임대주택 좀 오래 살게 해 주는 것’이 뭐라고, ‘임대주택 분양권’이 뭐라고, 밀레니얼 세대(MZ)가, 애를, 그것도 하나도 아닌 둘이나 낳는 것을 고민해 보겠다고 한다. 신묘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신묘한 일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삶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40~50대가 열심히 저축하고 투자하는 것도 퇴직 이후 삶의 수준을 유지하고 싶어서다. 청년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결혼은 현재의 아늑한 집 대신 좁고 불편한 주거 공간으로 이사하는 것이고, 아이를 낳는 것은 자신이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극악한 서울의 아파트값을 바라보면 그냥 혼자 사는 것이, 아이 없이 부부 둘이 사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결국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결혼과 출산을 하는 이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거나 하락 폭을 작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나왔던 저출산 대책들은 대부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집중이 됐다. 물론 육아와 경력 단절 문제 해결 등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러나 출산을 직접 유인할 동기로는 약해 보인다.

반면 주거 문제와 아이 교육비용 등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은 분명, 결혼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확실하게 부담을 줄여 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물어볼 수 있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는다는 이유로 너무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실제 지난 5일 정부가 주택공급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할 때 나온 질문이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길게 답변했는데, 짧게 줄이면 “응. 그래도 돼”다.

‘미리 내 집’으로 시작하는 서울형 저출산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예비 결혼자가 ‘출산 여부’가 아닌 ‘몇 명을 낳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단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이 실험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김동현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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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사회2부 차장
김동현 사회2부 차장
2024-11-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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