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반도체 전쟁과 밥그릇 정쟁/박성국 산업부 차장

[마감 후] 반도체 전쟁과 밥그릇 정쟁/박성국 산업부 차장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23-09-05 02:09
수정 2023-09-05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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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국 산업부 차장
박성국 산업부 차장
지난 8월로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만 15년이 됐다. 사회부 경찰팀과 법조팀, 국제부, 정책부, 온라인부, 문화부 등을 거쳐 지금은 산업부에서 우리 기업과 산업의 방향, 해외 시장의 급변 상황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법조팀은 삼수를 하면서도 그간 한번도 출입하지 않은 두 개의 부서가 있다. 체육부와 정치부다. 체육부는 파견 시절 크게 뒤지고 있던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가 야금야금 점수를 내며 연장으로 접어드는 순간 “아… 기사 다 고쳐야 하는데. 지하철도 끊기는데…”라는 생각부터 떠올리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서 마음을 접었다. 참고로 기자는 오랜 자이언츠 팬이다. 정치부는 동료들에겐 미안하지만,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피해 왔다.

“내 제자들은 모두 마을의 자랑거리였던 수재들이었소. 천재들이 모인 수업에서도 유난히 총명했던 친구들인데, 여의도만 들어가면 바보들이 되더이다. 그때 다짐했소. 스승인 내가 제자들과 함께 ‘똥 밭’에서 뒹굴면 안 되겠다고.” 지난해 별세한 한국 헌법학의 태두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가 생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간 정치권의 러브콜도 많았었겠다는 질문에 나온 쓴소리였다.

김 교수로부터 한국 정치 회의론을 들은 지 딱 10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로부터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으며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최초의 국가가 됐다. 그러나 국가 성장의 중추가 돼야 할 정치만큼은 후진 기어를 넣고 급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는 인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무력 도발 상황이 아님에도 난데없이 “이념이 가장 중요하다”며 해묵은 반공주의를 국정 운영 전면에 내던졌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넘겨받은 여당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했던 홍범도 장군에게 붉은색 덧칠을 하고 나섰다.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야당의 상황도 답이 없긴 마찬가지다. 당 대표 취임 1년을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포하며 국회를 박차고 나가 본청 앞 계단에 천막을 치고 소금과 물로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야당 대표가 무엇을 위해 투쟁하는지는 선명하지 않다. 그저 여당의 ‘웰빙 단식’이니 ‘셀프 방탄 단식’이니 조롱과 비아냥만 쏟아질 뿐이다.

“기업인들은 하루하루 세계 무대에서 피 말리는 전쟁 중인데 정치인들은 그저 내년 총선만 바라보고 정쟁만 벌이는 것 같다.” 최근 저녁 자리에서 만난 한 재계 관계자의 푸념이다. 미국도 민주당과 공화당은 사사건건 으르렁대지만 ‘국익’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는 언제나 한 몸으로 움직인다는 부러움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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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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