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통보 날부터 6개월 지나면 ‘FTA 종료’

서면통보 날부터 6개월 지나면 ‘FTA 종료’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7-09-03 22:28
수정 2017-09-03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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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승인 필요… 대통령 권한만으로 못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 위한 협상 및 체결과 발효에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 이를 폐기하는 데는 6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바람이 그대로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의 권한만으로 무역협정을 폐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통상 전문가 등에 따르면 미국 국내법상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한·미 FTA를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협정문 제24.5조는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협정 이행을 위해 제정한 각종 국내 법안을 개정 및 폐기하는 작업이 앞서 혹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이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통상 협정 협상 및 체결 권한 자체가 원칙적으로는 의회에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한·미 FTA 개정 협상도 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 의회의 상원 재무위원장과 하원 세입위원장 등 무역 협상 관련 상임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7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의회와의 긴밀한 협의와 신중한 협상을 요청했다. 특히 이들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 발생하는 어떤 변화도 의회의 위임을 받지 않거나 의회가 법규를 개정하지 않고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법절차적 문제만이 아니라 북한의 핵 도발로 인해 과거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도 한·미 FTA 폐기의 걸림돌이다. 중국이 소극적으로 관망하는 가운데 한·미 대북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한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거론한 것은 현재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와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협상과 한국과의 한·미 FTA 개정 논의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나프타 협상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한·미 FTA 폐기는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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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7-09-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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