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정부가 어떻게… 우리 방북신청 北에 전달조차 안 했다니”

“믿었던 정부가 어떻게… 우리 방북신청 北에 전달조차 안 했다니”

입력 2013-05-18 00:00
수정 2013-05-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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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정상화비대위 “北과 논의 사항 투명하게 공개해야”

“개성공단 주인인 입주기업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측이 입주기업의 방북과 물자반출 허용 의사를 밝혔는데 정작 정부에서는 이 사실을 숨겼습니다. 정부만 믿고 기다렸는데 어떻게….”

개성공단 한 입주기업 대표는 1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입주기업들은 하루하루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완제품과 원·부자재 등을 가져오기 위해 정부에 방북 신청을 했지만 정부는 북측에 전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북측과 우리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논의했던 모든 사항을 즉시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더 이상 정부 조치만 기다리면서 공단의 영구 폐쇄를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원·부자재 반출을 비롯해 개성공단 정상화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협의하는 데 이해 당사자인 기업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면서 “오는 23일로 신청한 공단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4일 대통령이 입주기업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북한에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 관련 대화 제의를 지시했는데 그때 대통령은 북측이 방북과 반출 허용 의사를 표명한 것을 몰랐던 것인가”라며 “현시점에서 통일부에 개성공단 사태보다 더 중요한 현안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16일 통일부 장관에게 논의를 위한 면담을 요청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피켓 시위를 펼칠 계획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가슴이 타들어 가는 심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며 “공단 정상화라는 근본 대책 없이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입주기업 대표들이 1인 릴레이 시위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입주기업 지원 대책도 실효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지원책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이 한정적인 데다 대출을 받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입주기업들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남북협력기금과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정책금융공사 온렌딩, 신·기보 특례보증 등을 통해 금리 2% 수준의 대출을 운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지원금인 3000억원과 시중은행의 7000억원을 합하면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지원되는 셈이지만 정작 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것은 10분의1에 불과하다”며 “신용등급이 좋지 않는 기업은 이율도 높고 대출받을 수 있는 자금도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측이 개성공단 자체를 이슈화해 북측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북한도 개성공단 정상화를 바라고 있지만 그 조건으로 한·미 군사훈련이나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을 논하는 것이 일례”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현재의 개성공단 상황이 기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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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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