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안정된 자세로 만들어낸 ‘완성형 스케이팅’

이상화, 안정된 자세로 만들어낸 ‘완성형 스케이팅’

입력 2013-11-16 00:00
수정 2013-11-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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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여자 500m에서 연거푸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질주를 거듭하자 더는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성된 스케이팅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화는 16일(한국시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1차 레이스에서 36초57만에 결승선을 통과, 불과 1주일 전 자신이 작성한 종전 세계기록(36초74)을 0.17초 앞당겼다.

첫 100m를 10초16만에 통과하고 나머지 400m 랩타임도 26초40대를 기록, 전 구간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냈다.

여자 선수가 낼 수 있는 최대 스피드에 근접한 기록이다.

스타트가 좋기로 이름난 예니 볼프(독일)가 전성기 시절 첫 100m를 10초13(2007년), 10초15(2009년)에 끊은 사례 몇 번을 제외하면 여자 선수가 10초20 이내에 초반 기록을 내는 일 자체가 극히 드물다.

이상화의 이날 기록은 볼프의 최고 기록에 불과 100분의 3초 뒤졌을 뿐이다.

후반 400m의 랩타임은 아예 1주일 전 캐나다 캘거리에서 자신이 세운 26초53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레이스의 모든 과정에 걸쳐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 셈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을 지휘하며 이상화를 가르친 바 있는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전체적으로 깔끔해져 흠잡을 수 없는 스케이팅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전무가 특히 주목한 것은 이상화의 자세다.

김 전무는 “예전에는 자세가 약간 높아지면서 상체가 흔들리곤 했는데, 이제는 초반 100m에서도 낮은 자세로 달리고, 마지막까지 그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세를 낮출수록 공기의 저항을 덜 받고, 몸이 흔들리지 않아 힘도 분산되지 않는다.

또 하체의 힘을 온전히 빙판에 전달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지도자들이 말하는 ‘옆 방향 킥’이 완벽하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스케이팅 선수가 마찰력이 낮은 빙판에 자신의 힘을 전달해 몸을 움직이려면 스케이트를 차는 동작이 측면으로 밀어내듯 이뤄져야 한다.

철저히 낮은 자세를 유지할수록 효과가 크다. 자세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킥이 뒤로 밀리는 현상이 발생해 그만큼 힘이 분산된다.

김 전무는 이날 이상화의 스케이팅을 두고 “가진 힘이 100이라면 90 이상을 얼음에 전달하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낮은 자세를 계속 유지하려면 당연히 고된 훈련이 필수다.

레이스 마지막까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홈페이지의 선수 프로필에 ‘꿀벅지’라는 별명이 등재될 정도로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후반 폭발적인 가속도를 붙이는 데 탁월한 이상화는 최근 1,000m 훈련까지 병행하며 지구력을 더욱 키웠다.

초반 레이스에서 약점을 보이곤 했지만, 스타트라인을 박차고 나가 코너로 돌입하는 구간의 리듬감을 키움으로써 이 부분에서도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김관규 전무는 이날 이상화의 레이스를 복기하면서 “첫 100m 구간의 네 번째 스트로크에서 살짝 엉켰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이상화의 질주에 더 완성도를 높일 여지가 있다는 옛 스승의 애정 어린 지적으로 읽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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