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홧김에 불질러… 이번엔 동대문 탈 뻔했다

새벽 2시 홧김에 불질러… 이번엔 동대문 탈 뻔했다

이혜리 기자
이혜리 기자
입력 2018-03-09 22:44
수정 2018-03-0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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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男, 준비한 종이상자로 방화 시도, 시민이 신고… 관리 직원, 4분 만에 진화

‘보물 1호’인 흥인지문(동대문)에 방화를 시도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9일 오전 1시 49분쯤 ‘보물 1호’인 흥인지문(동대문)에서 발생한 화재로 담장 내부 벽면이 일부 그을렸다. 화재 당시 타고 남은 종이 박스가 재가 돼 담장 옆에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1시 49분쯤 ‘보물 1호’인 흥인지문(동대문)에서 발생한 화재로 담장 내부 벽면이 일부 그을렸다. 화재 당시 타고 남은 종이 박스가 재가 돼 담장 옆에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서울 혜화경찰서는 9일 방화 현장에서 체포한 피의자 장모(43)씨에 대해 공용건조물 방화 미수,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씨는 이날 새벽 1시 49분쯤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의 잠긴 출입문 옆 벽면을 타고 2층 누각으로 몰래 들어가 미리 준비한 종이 박스에 불을 붙인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가 무단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시민은 경찰에 신고를 한 뒤 흥인지문 관리사무소에도 즉각 연락을 취했다. 관리사무소 직원 2명은 불이 붙은 지 4~5분 만에 소화기로 불을 껐고 장씨도 제압했다. 이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장씨를 체포했다. 대처가 신속했지만 흥인지문 1층 협문 옆 담장 내부 벽면이 일부 그을리는 피해는 막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가 종이 박스에 불을 붙이기는 했지만 흥인지문 내벽에 그을음만 남았고, 박스의 불이 옮아 붙지는 않아 방화 혐의가 인정되긴 어렵다고 보고 방화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통사고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홧김에 불을 붙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장씨가 과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오락가락하고 있어 진술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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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동대문 방화 미수 사건’으로 부실한 문화재 관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08년 2월 10일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전소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는 대학생들이 한밤에 경북 경주에 있는 ‘국보 31호’ 첨성대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다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붙잡히기도 했다. 현재 서울 시내 중요 문화재 가운데 숭례문은 정부기관인 문화재청이 직접 상주 인력을 두고 24시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흥인지문을 비롯한 나머지 26개 문화재는 서울시나 각 자치구가 관리하고 있다. 그나마 흥인지문만 ‘보물 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12명의 경비 인력이 3인 1조 3교대로 24시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재 경비 인력에 국비와 시비를 합쳐 연 34억 7700만원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018-03-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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