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제사

[길섶에서] 제사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6-04-10 00:45
수정 2026-04-10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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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돌아가신 전날 지내는데, 돌아가신 날 지내는 게 맞아요.” 장례지도사가 알려 줬다.

돌아가신 날의 가장 이른 시간은 옛날 기준으로 밤 11시부터 새벽 1시인 자시(子時). 이걸 지키려고 자정 무렵에 제사를 지내다 시간을 앞당기면서 전날 지내는 경우들도 생겼다. 부모 모두 돌아가시면 1년 정도 지나 합제를 하기도 한다. 1년 중 날짜가 먼저인 분 기일에 맞춰서. 음력 날짜가 헷갈리면 양력에 지내기도 한다. 조상들이 알면 화를 내시려나.

한때는 ‘사대봉사’(四代奉祀)라고 고조부모 제사까지 지냈다. 설·추석에는 차례. 그 준비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다른 집 딸들’ 담당이었다. 불평등, 불합리, 불편 등에 대한 원성이 커지자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에서 간편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좀더 일찍 강력하게 주장할 수는 없었을까.

두 아들에게 내가 죽은 뒤 내 생일이나 기일에 만나 같이 식사라도 하라고 했다. 제사 자체는 사라질 듯해서. 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먼 미래의 일이라 여겨져서 아무 생각이 없는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2026-04-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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