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사고 전날 배수펌프 철거…감리업체는 수위 위험경고 무시도”

“시공사, 사고 전날 배수펌프 철거…감리업체는 수위 위험경고 무시도”

입력 2013-07-18 00:00
수정 2013-07-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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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몰자 구조·경찰 조사

“(실종자 명단에서) 오빠 이름을 보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요. 돈을 벌면 어머니께 용돈도 보내드리고 조카들 학비도 보탰던 착한 오빠였는데….”

17일 서울 노량진 지하상수도관 수몰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이날 밤 추가로 발견한 시신을 구급차에 옮기고 있다. 차 안에서 사망자의 가족으로 보이는 남성이 울음을 삼키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17일 서울 노량진 지하상수도관 수몰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이날 밤 추가로 발견한 시신을 구급차에 옮기고 있다. 차 안에서 사망자의 가족으로 보이는 남성이 울음을 삼키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17일 오전 7시 52분쯤 서울 노량진 지하상수도관 수몰사고의 실종자 수색작업 현장에서 시신 1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실종자 이명규(62)씨의 여동생 이모(55)씨는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눈시울부터 붉혔다. 수색 작업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놓칠세라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었다. 발견된 시신은 중국 국적의 근로자 박명춘(48)씨로 확인됐다. 오후 9시 40분쯤에는 중국 국적 이승철(54), 박웅길(55)씨 등 시신 2구가 추가로 발견돼 실종자 6명 중 3명의 시신을 찾았다.

이날 소방당국은 잠수 구조대 4개 조를 투입, 오전 6시 30분부터 실종자 수색을 시작했다. 한 시간여 만에 발견된 박씨의 시신은 수직 맨홀을 타고 내려가 수평으로 꺾이는 상수도관 입구 1m 이내에 있었다. 구조대는 맨홀 내 계단 위로 시신을 옮겨 지상으로 인양했고, 남편의 얼굴을 확인한 부인 이춘월(41)씨는 오열 끝에 실신했다.

수색 작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소방당국이 오전 11시부터 배수작업을 진행해 수심은 낮아졌지만 수직 맨홀 바닥에 쌓인 30~40㎝의 토사물이 변수였다. 구조대 투입은 오후 9시 10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구조대가 투입된 지 30여분 만인 9시 40분과 9시 48분에 잇따라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시신은 수평 갱도 입구에서 250m 지점에 2~3m 간격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대표 정요수씨는 “불법 연장근무와 불법 하도급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시공사와 감리사 측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실종자 가족에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데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사고의 원인과 과정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게 조사하고, 관행적인 모든 문제를 검토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겠다”며 사과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날 사고 현장 주변에 있던 근로자 6명을 소환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경위 파악에 나섰다. 당시 주변에는 대피한 이원익(41)씨와 사망·실종 근로자 7명 외에도 9명의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근로자들을 모두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사고 전날 비가 내려 감전이 우려돼 배수펌프를 철거한 것이 사고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 전날인 14일에도 한강물이 유입돼 지하 공사장의 수위가 높아졌지만 철저한 안전점검 없이 공사가 강행됐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시공업체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감리업체에 “지하 공사장 수위가 3m까지 올랐다”고 알렸지만 평소처럼 근로자들을 내려보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리단장이 위험을 보고받고도 서울시에 전달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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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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