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1명 수몰 직전 탈출…“비상경보·인터폰 울리지 않아”

근로자 1명 수몰 직전 탈출…“비상경보·인터폰 울리지 않아”

입력 2013-07-17 00:00
수정 2013-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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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열하는 유족·실종자 가족

“하루도 안 빠지고 나가던 사람이 어제는 며칠만 쉬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비가 많이 오는데 걱정이 된다면서….”

1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상수도관 공사 사고 현장에서는 전날부터 밤을 지새운 실종자 6명의 가족 30여명이 하루 종일 구조 작업을 지켜봤다. 실종자 박명춘(49)씨의 부인 이춘월(46)씨는 “남편을 붙잡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며 흐느꼈다. 이어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도 위험하다고 느꼈는데 현장을 관리하는 소장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가 있느냐”고 시공사 측을 거칠게 쏘아붙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 만 하루가 넘었는데도 구조 작업에 진척이 없자 이를 지켜보던 가족들의 가슴은 타들어 갔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발생 직후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가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고 정확한 경위도 설명하지 않은 점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실종자 가족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어제 낮 12시쯤 남편과 통화할 때만 해도 점심 먹었느냐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저녁 뉴스를 보고서야 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실종된 임경섭(45)씨의 여동생 경자씨도 “회사 측의 무심한 태도 때문에 가족들은 두 번 상처를 입었다”고 울먹였다.

피해자 가족들은 대책협의회 등을 구성한 뒤 사고의 책임 소재를 밝히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 중 한 남성은 “지난 일요일에도 실종된 임경섭씨가 공사장에 물이 찬다고 해 급히 회사로 간 적이 있었다”면서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고 주장했다.

수몰 현장에는 100여명에 이르는 소방대원이 투입됐지만 배수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구조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오후 4시 30분쯤 특수 구조요원 2명이 두 차례에 걸쳐 물 밑 상황을 살피기 위해 잠수했으나 장애물과 부유물이 많아 추가 투입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오후 11시에 이르러 수심이 15m 아래로 떨어졌지만 시야 확보가 어려워 잠수 수색 요원의 투입은 다음 날로 미뤄졌다.

한편 당초 사고 현장에 근로자 7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1명이 더 있었고 수몰 직전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 가족들에 따르면 사고 당시 극적으로 현장을 벗어난 이원익(41)씨는 “물이 차오르니 빨리 나가자”는 동료의 말을 듣고 지상으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무릎에 찰과상 정도만 입었다. 이씨는 이날 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사고 당일 비상 경보나 인터폰은 울리지 않았으며 사고 이후에는 숙소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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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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