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하루 13개비, 폐암 위험 54배…건보공단 ‘담배소송 총력전’

30년간 하루 13개비, 폐암 위험 54배…건보공단 ‘담배소송 총력전’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5-08-11 15:19
수정 2025-08-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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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20갑년 흡연자 소세포폐암 54.5배
98% 흡연이 직접적 영향, 유전 요인 극히 낮아
건보공단, 담배소송 앞두고 근거 강화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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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담배소송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담배소송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 13~14개비씩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소세포폐암 위험이 54.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평세포폐암은 21.4배, 편평세포후두암은 8.3배로 다른 암종에 비해 위험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들 암 발생의 86~98%는 흡연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과 연세대 보건대학원(지선하 교수 연구팀)은 2004~2013년 전국 18개 민간검진센터 수검자 13만6965명의 건강검진·유전위험점수(PRS)·중앙암등록·건강보험 자격자료를 연계해 2020년까지 추적 분석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대장암, 위암, 간암 등 국내 발생률 상위 암종과 폐암(소세포·편평세포·폐선암), 후두암(전체·편평세포)이었다. 유전위험점수가 동일한 사람끼리 비교했을 때, 하루 13~14개비씩 30년 이상(20갑년 이상) 흡연한 사람의 암 발생 위험도는 소세포폐암 54.5배, 편평세포폐암 21.4배, 편평세포후두암 8.3배로 나타났다. 반면 대장암은 1.5배, 간암 2.3배, 위암 2.4배에 그쳤다.

흡연의 기여위험도(특정 위험요인이 질병 발생에 기여하는 비율)도 소세포폐암 98.2%, 편평세포후두암 88.0%, 편평세포폐암 86.2%로 높았다. 대장암(28.6%), 위암(50.8%), 간암(57.2%) 등은 흡연 이외 원인의 영향이 컸다. 유전요인의 기여도는 폐암·후두암에서 극히 낮았으며, 편평세포폐암의 경우 0.4%에 불과했다. 흡연이 폐암 중에서도 치명률이 높은 소세포폐암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대장암의 유전요인 기여도는 7.3%, 위함은 5.1%였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연구결과 공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보공단은 2014년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약 533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패소했지만 곧바로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소송 대상은 하루 1갑씩 20갑년, 30년 이상 흡연한 폐암·후두암 환자 3465명이다.

재판에서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 쟁점인 만큼, 공단은 국내외 연구와 빅데이터 분석을 동원해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연구 역시 담배소송 대상 암종에서 흡연이 차지하는 압도적인 기여도를 부각해, 법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성격이 짙다.

앞서 공단은 150만 명이 참여한 국민 지지 서명 캠페인을 벌였고, 세계보건기구(WHO)와 해외 석학들의 지지도 이끌어냈다.담배회사의 책임 회피를 막고 흡연 피해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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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건강보험정책연구실장은 “폐암·후두암은 유전보다 흡연의 영향이 월등히 높아 인과성이 더욱 명확해졌다”며 “담배소송 등에서 실증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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