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숙·재생원서 인권유린 확인…진화위, 국가 사과 권고

부산 영화숙·재생원서 인권유린 확인…진화위, 국가 사과 권고

정철욱 기자
정철욱 기자
입력 2025-02-26 16:25
수정 2025-02-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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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숙, 재생원에 수용된 어린이들의 모습. 약 3, 4평의 방 한 칸에 최소 15명에서 50명이 수용된 것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조사에서 확인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제공
영화숙, 재생원에 수용된 어린이들의 모습. 약 3, 4평의 방 한 칸에 최소 15명에서 50명이 수용된 것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조사에서 확인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제공


1960년대 부산에 있던 최대 규모 부랑인 집단 수용시설인 영화숙·재생원에서 강제노역과 구타, 성폭행 등 인권 유린이 발생했으며, 심지어 시신 암매장 일어났다는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26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숙·재생원 사건을 조사한 결과 수용자 181명이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영화숙·재생원은 재단법인 영화숙이 부산시와 부랑인 선도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1962년부터 1971년까지 운영한 지역 최대 부랑인 집단 수용시설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이곳에 강제로 수용된 사람들은 노역에 동원됐으며 구타와 가혹행위, 성폭력 등에 시달렸고 교육받을 권리도 침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 침해 사례를 보면 경찰은 부모 등 연고자를 확인하는 과정 없이 거리에서 어린이 등을 단속해 영화숙과 재생원에 강제로 수용하는 등 위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했다. 영화숙과 재생원도 법적 근거가 없이 자체 단속반 설치해 운영하면서 부모가 있는 아이까지 강제 수용하고 감금했다.

영화숙은 18세 미만, 재생원은 18세 이상을 강제 수용하고 낙동강 하구 개간지 매립, 축사 관리, 농작물 재배 등 작업에 무임금으로 동원했다. 대규모 공사가 있던 시기에는 10세 전후 아동까지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

특히, 이들은 원생, 반장, 소대장, 지도장, 총무, 원장으로 이어지는 군대식 편제와 규율을 갖추고 일부 원생을 중간관리자로 임명해 특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원생들을 통제했는데, 이런 환경 때문에 구타와 성폭력 등 각종 가혹행위가 일상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진화위는 판단했다.

원생들은 비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꽁보리밥, 수제비, 옥수수죽 등으로 식사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눈병과 피부병 등 각종 질병에 걸렸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고 사망 사고도 자주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숙 내에 1966년부터 1975년까지 장림국민학교 영화숙 분교를 설치해 운영했지만, 취학 대상인 원생을 모두 학교에 보낸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 다닌 아이들의 출결도 강제노역 동원, 학교의 부실한 관리 등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다.

진화위는 이들 수용시설에서 구타와 가혹행위, 질병 등으로 사망한 원생들의 시신이 부산 사하구 신평동 야산에 암매장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진화위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에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하고, 위로금, 생활지원금, 의료비를 지원하는 등 실제적인 피해 회복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또 피해자의 후유증과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장기적 계획 수립과 시행, 암매장 추정 유해 발굴 추진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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