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0㎝ 폭설’ 후 꽁꽁 빙판길…열선 품은 도로는 멀쩡

서울 ‘40㎝ 폭설’ 후 꽁꽁 빙판길…열선 품은 도로는 멀쩡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4-12-01 18:00
수정 2024-12-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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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에 오토바이 끌고, 등산화 신어
‘도로 위 전기장판’ 열선, 서울 내 648개
“교통약자 많은 언덕길, 집중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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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다음 날인 29일 오전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도로 곳곳이 빙판길로 얼어붙었다. 사진은 열선이 설치돼 눈이 녹은 까닭에 평상시와 크게 다름없는 도로의 모습. 김주연 기자
117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다음 날인 29일 오전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도로 곳곳이 빙판길로 얼어붙었다. 사진은 열선이 설치돼 눈이 녹은 까닭에 평상시와 크게 다름없는 도로의 모습. 김주연 기자


117년 만의 ‘눈폭탄’이 그친 이후인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의 한 언덕길. 버스 정류장 옆 보도, 언덕길 등에 남아있던 눈이 빙판으로 변해 있었다. 배달 기사들은 오토바이를 끌고 언덕을 올라갔다. 동네 주민 류정실(89)씨는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오는 길이 너무 미끄러워 두번이나 넘어질 뻔 했다. 이 동네에 수십년 살며 가장 힘든 하루”라고 했다. 등산화를 신고 나온 주민 이영미(54)씨는 “날씨가 계속 추워서 제설작업을 해도 빙판길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같은 시간, 멀지 않은 서울의 또 다른 언덕길에는 물기만 곳곳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 덕에 주민들은 큰 불편없이 언덕길을 오갔다. 2년 전인 2022년 도로에 설치한 열선 덕분이다. 자세히 보니 아스팔트 위에 4개의 깊게 패인 줄이 나 있었고 노란 글씨로 ‘열선도로’라고 적혀 있었다. 동네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박경숙(68)씨는 “처음에는 ‘열선을 트는 전기요금을 어떻게 감당할 거냐’며 주민들이 싫어했는데, 지금은 다들 만족도가 높다”며 “이번 폭설 때 효과를 제대로 체감했다”고 전했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7~28일 관악구(41.6㎝), 성북구(28.8㎝), 동작구·서대문구(28.6㎝) 등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려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영하권 추위가 이어지며 미처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골목은 빙판길이 돼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하지만 도로 위 ‘전기장판’ 역할을 하는 열선이 깔린 곳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이 오면 도로 아래 매설된 발열체, 즉 열선이 온도를 영상 2도 이상으로 유지해 눈을 녹이는 역할을 해서다.

현재 서울시는 도로 열선 648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늘진 언덕길 등을 중심으로 열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겨울은 좁은 지역에 많은 양의 눈을 뿌리는 ‘집중 폭설’이 자주 내릴 가능성이 큰 만큼 열선을 비롯한 제설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창회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온난화로 뜨거워진 바다가 북쪽의 찬 공기와 만나면 올여름 ‘집중호우’처럼 좁은 지역에 많은 눈을 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3도 높은 터라 바닷물과 대기의 온도 차로 수분을 많이 머금은 구름대가 만들어지고, 이후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 이번 폭설과 같은 눈폭탄이 잦게 쏟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폭설 이후 도로 열선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됐지만, 비싼 설치비와 유지비가 관건이다. 통상 도로에 열선을 설치하는 데는 100m당 1억원 정도가 쓰인다. 게다가 전기요금 등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의 경우 도로 열선 설치 비용의 절반 정도인 자동 염수분사장치는 637개가 있지만, 열선은 53개만 설치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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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을버스가 다니는 이면도로, 학교 앞 통학로를 중심으로 열선을 설치하고 있는데, 외국에선 보도나 주차장에도 많이 설치한다”면서 “교통약자가 다니는 언덕길에라도 집중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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