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35년 만에 진실 규명…“국가 사과” 권고

형제복지원 사건 35년 만에 진실 규명…“국가 사과” 권고

곽혜진 기자
입력 2022-08-24 11:11
수정 2022-08-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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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진실화해위, 사망자 105명 추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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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부터 1987년까지 사회복지시설 형제복지원에 불법으로 감금된 시민들이 강제노역과 구타 등으로 사망하는 등 인권침해를 당한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의 한 피해자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동관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소속 피해자 13명은 이날 국가를 상대로 80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사회복지시설 형제복지원에 불법으로 감금된 시민들이 강제노역과 구타 등으로 사망하는 등 인권침해를 당한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의 한 피해자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동관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소속 피해자 13명은 이날 국가를 상대로 80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내렸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35년 만에 국가 기관이 처음으로 ‘국가 폭력에 따른 사건’으로 인정한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24일 오전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진실규명 결정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이 사건은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이들의 허가와 지원, 묵인하에 불특정 민간인을 적법절차 없이 형제복지원에 장기간 구금한 상태에서 강제노동, 가혹행위, 성폭력, 사망, 실종 등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국가 묵인 속 강제노역·가혹행위에 사망 657명이번 조사에서 위원회는 ▲ 부랑인 단속 규정의 위헌·위법성 ▲ 형제복지원 수용과정의 위법성 및 운영과정의 심각한 인권침해 ▲ 정부의 형제복지원 사건 인지 및 조직적 축소·은폐 시도 등을 밝혀냈다. 조사 결과 형제복지원 사건은 시설을 운영하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총체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부터 1992년 8월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하고, 이곳에서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벌어진 사건이다. 입소자는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 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 8000여명에 이르렀다.

진실화해위는 사망자 통계와 명단 등 관련 자료 14건을 추가로 검토해 1975∼1988년 형제복지원 사망자가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이 더 많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또 국가가 형제복지원의 실상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외면한 정황도 드러났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에도 당시 보건사회부는 부랑인 강제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부산시와 경찰, 안기부 등 부산 지역 모든 기관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했다”며 “특히 부산시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진정과 소송을 회유하고 원장과 측근들이 다시 형제복지원 법인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했다.
불법 인권유린의 지옥 형제복지원
불법 인권유린의 지옥 형제복지원 형제복지원 원생들이 작업장에 투입돼 일하는 모습. 당시 작업장에선 구타가 일상적으로 자행됐다. 서울신문 DB
국가 공식 사과·피해 회복 위한 실질 조치 권고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국가가 각종 시설의 수용 및 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국회는 유엔 강제실종 방지 협약을 조속히 비준 동의하라고 했다. 특히 부산시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조사 및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조직하고 예산을 책정하라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오랜 시간 기다려온 형제복지원 사건의 인권침해 진실이 드러난 것은 피해자와 유가족, 사회단체 등이 기울인 노력의 결과”라며 “2기 진실화해위 출범의 계기가 된 이번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진실규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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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2020년 12월 10일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접수한 뒤 지난해 5월 본격 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진실 규명은 전체 신청자 544명 중 작년 2월까지 접수된 191명을 대상으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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